(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다.
전날 모든 외부약속을 취소하고 삼성동 자택에만 머문 박 전 대표는 9일에도 일체의 외부 일정 없이 자택에만 머물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오.만찬을 포함해 아무 계획도 없다"면서 "자택에서 책도 보고 쉬시는 것이다. 칩거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고, 언제까지 이 기조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연이은 `구애' 사이에서 취하고 있는 침묵 모드가 길어질 태세다.
이명박 후보와는 전날 전화 통화를 했지만, 이 후보의 거듭된 면담 및 오는 12일 국민대장정 대구.경북대회 참석 요청에 대해서는 "(전당대회 이후)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는데 굳이 만날 필요가 있겠느냐", "다른 행사도 다 안갔는데 대구 행사만 갈 수 있겠느냐"면서 여전히 분명한 거부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게다가 이 후보와의 전화 통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박 전 대표가 상당히 불쾌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그렇게 이야기가 나가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데, 이 후보 쪽의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통화한 자체가 큰 변화였는데 이렇게 돼 버렸으니 또 안좋아 지는 것이다. 다시 공이 후보한테로 넘어가 버렸다"고 혀를 찼다.
주변에서는 "박 전 대표의 침묵이 상당기간 길어질 것"이라면서도 "무조건 침묵을 지킬 수는 없으니 시기를 볼 것"이라는 입장만을 되풀이 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사퇴에 이어 이 후보의 `전화 협조요청' 등 가시적 조치가 이어지고 있고 이회창 후보 출마 이후 상황이 급박해짐에 따라 당 안팎에서 박 전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박 전 대표가 조만간 입장을 밝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다음주를 넘어 후보등록 마지막날인 26일까지로 침묵의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한 측근은 "정치는 대의명분이고, 박 전 대표가 입장을 밝힌다면 당연히 경선에서 선출된 이명박 후보를 돕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다만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고, 저쪽에서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고 시기가 무르익어야 한다. 우리는 급할 것이 없고 후보등록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이 후보가 진정성 있는 자세를 중요시하는 박 전 대표의 그런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모든 부분은 후보가 책임지는 것인데, 진정성있게 정권을 쟁취하고 함께 국정운영을 해보자는 행보와 마음의 자세가 돼 있느냐는 부분에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전 대표측은 전날 전격 사퇴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국민에게 드리는 글' 초고에서 박 전 대표측을 적나라하게 공격한 것에 대해선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았다.
한 측근은 "이 의원의 초고를 보면 오히려 더 반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해 정서적으로 기분 나쁜 것을 표현한 것일 뿐"이라며 "이미 사퇴한 사람에 대해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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