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이런식 사퇴라면 그냥 있어라"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불참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국에 파란을 일으킨 전날에도 국회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현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더라도 불가피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일정에는 꼬박꼬박 참석하던 박 전 대표가 이 후보 무소속 출마선언 이후 공개석상에서 아예 모습을 감춰 버렸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은 국회쪽으로 갈 계획이 아예 없다"면서 "오.만찬도 기자들이 다 아는 장소에는 이제 안 간다"고 잘라 말했다.
핵심 측근은 "박 전 대표는 당분간 아예 언론 앞에 안나타날 것 같다"면서 "이번주는 물론이고 다음주까지도 침묵하는 시간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 고민이 깊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 사이의 균형추 역할을 하고있는 박 전 대표가 당분간은 어느쪽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침묵으로 분명히 표현한 셈이다.
박 전 대표는 또 자신을 겨냥해 `아직도 경선하는 걸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좌시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이재오 최고위원이 이날 당직을 전격 사퇴한 것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측근들은 이 최고위원이 `국민에게 드리는 글' 초고에서 박 전 대표측을 향해 `당내 권력투쟁에 골몰하는 모습을 그만둬야 한다',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 상근도 하며 필승결의대회에 흔쾌히 참석해 달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극도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전 최고위원 사퇴를 처음 요구할 당시만큼 반발의 강도는 거셌다.
김무성 최고위원을 비롯해 유승민, 최경환, 이혜훈, 허태열, 유정복 등 측근 의원들은 이날 오후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을 갖고 이 전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 최고위원 사퇴를 앞장서 요구했던 유승민 의원은 회동 직후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이 의원의 최고위원 사퇴에는 화합의 진정성이 없다"며 "박 전 대표는 이 의원의 최고위원 사퇴를 무슨 조건으로 내세운 적이 없으니 또 다른 조건을 제시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이어 "박 전 대표를 도왔던 당원들을 `추종세력'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정말 분노를 느낀다. 이 의원이야말로 아직도 경선인 줄 착각하는가"라며 "박 전 대표를 겨냥해 당내 권력투쟁에 골몰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사과와 사퇴의 진정성이 없음을 스스로 보여준 것이고, 당 화합을 위한 사퇴가 아니라 마치 권력 투쟁의 희생양인 양 착각하는 이 의원의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또 "이 의원은 며칠전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망발을 했다. 심각한 해당행위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최고위원을 물러나는 사람이 박 전 대표에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라고 말한 것은 과대 망상의 극치다. 이런 식의 사퇴라면 차라리 최고위원직에 그냥 계시라"고 말했다.
한 측근은 "이건 사퇴가 아니라 엄청난 협박"이라며 "이게 무슨 사퇴냐. 우리가 언제 이 최고위원을 지렛대 삼아 권력투쟁에 나섰으며, 자기가 뭐라고 박 전 대표에게 아예 상근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측근은 "이 최고위원의 문제성 발언으로 당분간 이 후보측이 기대하는 것처럼 해빙무드가 조성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런 식의 사퇴로는 진정성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은 이 후보 측에서 참석을 요구하고 있는 11일, 12일에 잇달아 예정된 경북과 대구 지역 국민승리대장정 행사에 대해서도 "현재까지는 참석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했다.
한편 박 전 대표측은 이회창 후보 측에서 거듭 직접적인 `구애'의 메시지를 보내는 데 대해선 격렬한 비판은 자제하면서도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 측근은 "그거야 그 분 입장에서는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 아니냐"고 했고, 다른 측근은 "이 전 총재가 박 전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려는 것이겠지만, 박 전 대표가 그런 일에 쉽게 넘어가는 분이냐"고만 말했다.
kyunghee@yna.co.kr
(끝)

1
2
3
4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