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플라스틱 재료를 구성하는 고분자물질이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공간에 놓일 때 움직임이 넓은 공간에서보다 더 빨라지는 특이현상을 발견했다.
서울대 공대 화학생물공학부 신규순 교수는 2일 사슬형 고분자가 자신의 크기보다 작은 수십 나노미터(1㎚=10억분의1m) 정도의 원통형 공간에 채워질 때 분자 전체의 움직임이 넓은 공간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빨라지는 현상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이는 공간이 넓을수록 움직이기 쉽다는 거시적 세계의 일반적인 상식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고분자가 자체 크기보다 작은 원통형 모세관 안에서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은 고분자만의 긴 사슬형 구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플라스틱 등 고분자는 보통 탄소원자 수천~수만개가 긴 사슬처럼 연결되고 이 사슬에 여러가지 작은 분자구조물들이 가지처럼 붙어 있는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런 고분자는 분자량이 크면 클수록 사슬의 얽힘이 커지면서 유동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며 실제 관찰되는 현상 역시 이와 일치한다.
그러나 신 교수가 발견한 현상은 이런 일반적인 고분자의 움직임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신 교수는 이에 대해 "고분자들이 자신의 크기보다 작은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공간에 강제로 놓이면 분자 하나하나가 차지할 공간이 적어져 고분자의 사슬 간 얽힘이 적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즉 넓은 공간에서 서로 얽혀 있던 고분자 사슬들이 작은 구멍에 밀려들어갈 때는 어느 정도 얽힘이 풀어지면서 들어가게 되고 이에 따라 넓은 공간에 있을 때보다 움직임이 훨씬 빨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크기 미세유동의 흐름을 분자 수준에서 새로 해석했다는 점과 나노크기의 사슬형 분자를 실험적으로 관찰했다는 점에서 기초과학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사슬형 분자의 움직임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는 반도체 회로 같은 나노패턴 제조 등 각종 나노공정에 적용돼 미세패턴의 안정성 및 가공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의 이번 연구결과는 권위있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 온라인판(10월 14일)에 공개됐으며 12월 1일자 인쇄본에 게재될 예정이다.
<그림설명> 서울대 공대 신규순 교수는 보통 빨간색과 파란색 선들처럼 얽힌
사슬형태로 존재하는 고분자들이 오른쪽에 있는 지름이 수십나노미터인 원통형
모세관에 들어가면 사슬들의 얽힘이 풀리면서 움직임이 빨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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