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생애 두 번째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이 2002년 첫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예상을 뛰어 넘는 팀 운영 능력을 펼치고 있다.
LG 사령탑으로 한국시리즈를 처음 밟았던 그 때나 지금이나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 없는 단기전에서 정규 시즌보다 여유 있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김 감독은 1~2차전을 패해 위기에 몰렸을 때도 "한국시리즈는 4승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겉으로 태연함을 잃지 않았고 3~5차전을 쓸어 담아 대역전을 이룬 뒤에는 "여전히 7차전까지 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신중했다.
시리즈가 극과 극을 오가는 와중에도 김 감독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중심을 잡았는데 이는 2002년 배운 교훈 덕분이다. 눈 앞의 1승에 연연하기 보다 시리즈 전체 흐름을 관망한 뒤 주도권을 잃지 않는 게 우승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라는 판단이다.
김 감독이 불펜 투수를 아끼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SK는 정규 시즌 팀 홀드가 77개로 2위 LG(58개)를 스무개 가까이 따돌리고 1위를 달렸다. 계투진의 역투로 정규 시즌 1위를 일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에서 김성근 감독이 불펜보다 선발의 비중을 높게 치면서 '떼거리 출동'은 거의 없어졌다.
보름간 실전을 치르지 않은 탓에 1차전에서 5명, 2차전에서 4명이 출동, 감각을 익혔을 뿐 대승을 거둔 3차전과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나온 4차전 불펜 투수들은 편안한 상황에서 선발 투수의 이닝을 덜어준 수준에 불과했다.
0-0이던 5차전 7회 조웅천을 올려 승리를 거둔 5차전 정도만이 '불펜 야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5년 전에는 승리에 연연하다 보니 불펜 투수를 매일 투입했고 그 여파로 결국 이상훈의 피로가 쌓여 6차전에서 삼성에 패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7차전까지 간다는 생각에 불펜 투수들을 끝까지 아껴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감독은 4차전 김광현, 5차전 케니 레이번이 선발로 나섰을 때 경기 전 이기기 위해 계투진을 쏟아붓겠느냐는 물음에 "그럴 생각이 없다"며 잘라 말했다. 우승을 확신한 순간 아껴둔 계투진을 총동원, 확실히 승리를 매듭짓겠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만큼은 작전을 내기보다 선수들이 맘껏 활약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줬다.
삼진을 잡고 좋아서 마운드에서 껑충껑충 뛰던 4차전 승리투수 김광현, 감독 몰래 홈스틸을 저지른 정근우, 3차전에서 최고의 역투로 분위기 대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마이크 로마노 등은 김 감독의 여유와 변신이 만들어 낸 승리의 주역이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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