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극한 대결로 치닫나> ③아랍권, 美 이중잣대 비난

  • 등록 2007.10.26 1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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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군사대국화는 우려..美의 이스라엘 핵 용인은 비판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아랍권은 이란 핵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미국에 반기를 들지는 않고 있다.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면서 민족의 벽을 뛰어 넘어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는 이란이 핵 주기를 완성해 과학기술 및 군사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랍 국가들은 미국의 이중잣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중동지역의 세력 판도는 크게 이슬람권과 비 이슬람권으로 갈라지고, 비 이슬람권을 이루는 핵심은 1948년 중동지역 한 복판에 건설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 국가 중에서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는 핵무기 보유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이른바 `모호(NCND)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동 전역의 주요 목표물을 초토화할 수 있는 200기의 핵 탄두를 갖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비확산 체제인 NPT에 가입하지 않고 있어 국제 사회의 감시를 받지 않으면서 핵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해 나갈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스라엘의 핵 보유로 가장 위협을 느끼는 것은 아랍인과 페르시아인(이란)이 주축인 주변의 이슬람 국가들이다.

핵 개발 능력이 부족한 아랍 국가들은 이 때문에 이스라엘의 핵 위협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중동지역의 비핵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편만 드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감을 맛보고 있다.

아랍권 국가들은 지난 9월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 때도 좌절을 겪었다.

이집트가 중심이 돼 중동지역의 비핵화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반대하고 유럽연합(EU)의 25개 회원국이 기권해 이 결의안은 휴지조각이 됐다.

이에 대해 아랍권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중동지역의 비핵화와 핵무기 확산 방지를 주장하면서 특정 국가의 핵무기 보유를 묵인하는 모순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미국은 이런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NPT를 거부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NPT에 가입해 IAEA의 사찰을 받아가며 핵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슬람에서 금지되는 대량살상무기(핵무기)를 확보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온 이란은 에너지원 다변화와 강대국의 핵 연료 독점 생산 체제 개혁, 과학기술 발전 등을 도모하기 위해 핵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의 군 조직인 혁명수비대와 국영은행들을 상대로 중동 지역의 테러를 지원하고, 미사일 판매 및 핵 활동에 관계했다는 이유를 들어 독자적인 고강도 제재안을 새롭게 내놨다.

미국이 이란의 국가조직에 테러지원 세력이라는 꼬리표를 붙인 것에 대해 아랍권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이 거론하는 이란의 테러지원은 이란이 이스라엘의 점령 체제에 저항해온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의 수니파 정치조직인 하마스를 도와온 것을 말한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8월 이스라엘과의 무력충돌을 중단한 뒤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 재활기금을 지원하는 등 레바논 정부보다 더 활발하게 주민들을 도왔다.

하마스는 작년 초 총선에서 승리했음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주도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다가 결국 지난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후원을 받는 파타당과 결별하고 가자지구를 장악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고강도 봉쇄 정책을 뚫고 현금재원을 확보해 소속 공무원들에게 최저 생계비 수준의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

아랍권 국가들이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꺼리는 아랍.이슬람권의 정치운동 조직인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대한 자금 지원을 페르시아인들의 나라인 이란이 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이 이번에 이란의 국영은행들까지 제재의 주요 타깃으로 삼은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을 아는 아랍 사람들은 미국이 이란과 연계해 거론하는 `테러'라는 단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들은 미국의 패권 확대와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하는 정치운동을 돕는 것을 테러 지원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잘못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원조해 팔레스타인인들을 살상하고 전쟁을 하도록 부추기는 것이야말로 국가가 저지르는 진짜 테러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는 어느 쪽이 정말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주체인가에 관한 논란으로 연결된다.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 문제를 놓고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토론하자고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 제안한 바 있지만 테러를 비호하는 국가 지도자와는 대화할 수 없다는 미국 측의 반응이 있었다.

아랍 민중은 미국이 주장하는 이란의 세계평화 위협론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아랍 사람들은 오히려 이라크에서 미국의 잔인한 모습을 보면서 미국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주요 세력이라는 이란의 주장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란 종교지도자인 아야툴라 아흐마드 하타미는 지난해 6월 이란의 핵무기 접근이 세계안보를 위협할 것이라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지적하면서 "이란의 방위계획에 핵 무기는 들어있지 않다"며 "지구촌의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를 꼽아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미국"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지난 50여년 간 간접 작전을 포함해 총 25개 독립국가에 군사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하면서 주권 국가를 상대로 한 미국의 군사작전이 세계안보를 진정으로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이란의 시각에 아랍권 민중은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아랍권의 정권들은 미국의 보복을 살 것을 우려해 드러내 놓고 미국에 "아니다"고 말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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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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