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 서원, 그 접접과 분기점>

  • 등록 2007.10.26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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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창사 악록서원서 국제학술회의

(창사=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지금의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 대만, 베트남 등지를 포함한 동아시아 세계를 하나로 포괄할 수 있는 키워드 중 하나가 서원(書院)이다.
서원은 당말(唐末)-북송(北宋)시대 초기 중국 각지에 출현해 인근 지역으로도 전파되며, 조선에서도 중종 37년(1542) 경상도 풍기군수 주세붕(周世鵬)이 주자학을 도입한 고려말 학자 안향(安珦)을 제향하는 문성사(文成祠.백록동서원)를 세운 일을 필두로 전국 각지에 서원이 건립됐다.
국민대 한국학연구소(소장 지두환)가 중국 4대 서원 중 하나로 현재는 후난대학(湖南大學) 부설 기관인 후난성(湖南省) 창사시(長沙市) 악록서원(岳麓書院)과 공동으로 중국 현지에서 지난 23-24일 '동아시아 서원과 유학'(東亞書院與儒學)을 주제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는 한국과 중국의 서원이 갖는 공통점과 차별성을 집중 검토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두 기관이 체결한 학술교류협정에 따라 지난해 11월 국민대에서 공동개최한 학술대회 성과를 심화하기 위해 장소를 옮겨 마련된 올해 대회에서는 국민대 정만조 교수와 주한민(朱漢民) 악록서원장을 비롯한 동아시아 5개국 전문 연구자 30여 명이 이 문제를 두고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그 결과 한ㆍ중 서원은 같은 뿌리를 지니기는 하지만, 그 전개 양상이나 특징에서 판이한 대목이 적지 않다는 데 참석자들이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예컨대 중국의 서원이 최고권력자인 황제로 대표되는 정부의 통제를 강하게 받는 관학(官學)의 특징을 농후하게 지니는 데 비해 조선의 서원은 사학(私學) 중심이었다. 이런 점은 제1차 국민대 학술대회에서 대체로 도출되기는 했지만, 이번 악록서원 학술행사에서는 그런 차이점들이 더욱 부각됐다.
정만조 교수는 조선의 서원이 특정한 가문을 빛낸 현조(顯祖)나 당쟁으로 희생된 인물을 배향하기 위한 문중서원(門中書院)의 특징이 두드러진 데 비해, 중국의 그것은 강학(講學)을 통한 학술발표장(심포지엄 형)이자 과거시험 준비장이란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영남대 이수환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조선의 서원은 18세기 이후 영남지역의 경우를 볼 때, 당파라든가 문중 사이의 우열경쟁을 다투는 곳이 되었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그에 따른 현상 중 하나로써 영남지역 남인(南人)들은 그 이전까지 영남인 혹은 퇴계학파라는 일체감이 무너지고 남인이란 정파로서의 기능 또한 상실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 대회에서 중국학자들은 서구에서 유래한 대학(大學) 제도와 중국의 서원 제도를 비교함으로써 그 특징을 검출하려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주한민 원장은 중국의 서원이 반관(半官)적인 성격을 지녔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황제에게서 위임받은 자치권을 어느 정도 향유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의하면 중국의 서원이 가족 자치권에 기반을 둔 데 비해 서구의 대학은 도시 자치권을 기반으로 삼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관찰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한국의 서원이 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는 성리학적 이념에 충실하고자 했다면, 중국은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시험과 긴밀히 연결됐다는 점도 많이 지적됐다.
예컨대 중국 하먼(廈門)대학 교육연구원 류하이펑(劉海峰) 교수는 중국에서 "서원학(書院學)은 바로 과거학(科擧學)과 생사고락을 같이 한 형제"라고 할 만큼 서원은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장소라는 특징이 강했다고 말했다.
리빙(李兵) 악록서원 교수 또한 청나라 말기인 함풍(咸豊) 연간(1851-1861)의 악록서원에서 가르친 과목을 분석한 결과 과거 과목과 밀접했으며, 이를 토대로 많은 합격자를 배출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조선의 서원이 제사, 즉, 제향(祭享)을 지내기 위한 공간이라는 특징이 두드러진 데 견주어, 중국의 그것은 강학(講學)을 위주로 하는 기관이었다는 점도 두 나라 연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의 서원이 거의 예외없이 유학의 종조인 공자를 제향하는 문묘(文廟)를 갖춘 데 비해 한국의 서원은 그런 시설이 없고, 대신, 문중을 빛낸 현조나 유명한 도학자를 모신 사당이 중심을 차지한다는 차이점도 두 나라 서원 문화를 이해할 때 중요하다고 정만조 교수는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두 지역 서원의 건축학적 특징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이상해 성균관대 교수는 조선의 서원건축이 주변 풍광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유학자들이 자연 속에 은둔해 심신을 수양하고 천인합일(天人合一)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던 데 원인이 있다면서, 반면 중국의 서원은 도회지 중심으로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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