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성기홍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홍보수석실 명의의 글을 통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鄭東泳)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文國現) 후보에 대한 입장을 비교적 선명하게 설명했다.
청와대의 이날 글은 "소극적 지지"라는 정 후보에 대한 청와대 입장이 나오고, 더불어 `노 대통령과 문 후보의 연대설'까지 불거지면서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노 대통령의 스탠스에 대해 제기되는 각종 억측을 진화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이 정 후보를 흔드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바로잡고, 대통령의 전체적인 생각의 틀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글을 내게됐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 글은 노 대통령의 스탠스가 `정 후보 흔들기'가 아니라는 설명에 많은 분량이 할애됐고, 문 후보에 대해서도 "어떤 평가를 하거나 주문을 할 입장이 아니다"며 일정하게 거리를 두는 자세를 취했다.
◆"당내서 정동영 발목 잡지 말라" = 지난 15일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후 정 후보는 노 대통령과의 관계개선 노력에도 불구, 노 대통령으로부터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해왔다.
노 대통령의 첫 반응은 "정 후보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잘 껴안으라"(10.15 전화통화)는 발언이었고, 청와대도 "먼저 열린우리당 해체과정, 경선과정에서 생긴 갈등과 상처가 풀려야 한다", "원칙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지난 21일 "소극적 지지"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이튿날인 22일 노 대통령이 정 후보에 대해 "스스로 창당한 당을 깨야할 만한 이유가 있었는지, 나를 당에서 쫓아낼 만한 심각한 하자가 있었는지 설명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발언이 소개되면서 다시 양측의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문국현 후보를 제3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등 문 후보와의 연대설이 퍼져가면서, 노 대통령의 대선 구상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의문도 확산됐다. `이중 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일단 노 대통령의 이날 언급들은 이 같은 의구심을 차단하고 "열린우리당을 계승한 당의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 외에 지지할 후보가 없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정 후보를 중심으로 당이 뭉쳐야 한다'는 확고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제3후보론에 대해서도 "오해의 수준을 넘는 모략"이라고 단호하게 일축했고, 후보 단일화를 거론하는 당내 일각의 움직임을 겨냥해서는 "후보를 뽑아놓고 당내에서 단일화 얘기하는 것은 승복이 아니다"며 단일화 논의는 후보 지지도의 발목을 잡고,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거망동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도 담았다.
하지만 정 후보에 대해 `원칙'에 대한 주문도 빼놓지는 않았다. "원칙의 문제를 회피하거나 적당히 덮고 넘어가선 국민들의 진심을 얻기 어렵고, 짚을 것은 짚고 풀 것은 풀어야 원칙이 설 수 있다"는 취지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해체과정에 문제가 있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이 정치적 가치나 정책면에서 그 맥을 잇고 있으며 정당한 절차를 거쳐 뽑힌 후보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다만, 원칙과 대의를 강조한 것은 원칙을 바로 세워야 지지자들의 지지도 높아지고 상대방과의 차별성도 부각돼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국현 후보 첫 평가 = 청와대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 대해 "대통령은 문 후보에 대해 잘 모르고, 어떤 입장을 가질 만큼 검증을 거친 분이 아니어서 대단히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노 대통령의 입장에 다름 아니다.
정치권 일각에서 `노 대통령과의 연대설'이 거론되는 문 후보에 대한 청와대의 사실상 첫 공식 언급이라고 볼 수 있다.
문 후보가 대선 출마를 결심하고 정치권에 뛰어든 이후 노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문 후보에 대한 입장표명을 한 적이 없었다.
천호선 대변인이 지난 19일 장성민 전 의원이 "문국현은 노무현의 정치적 양자이며 제2의 노사모 후보"라고 주장한 데 대해 "황당한 발언"이라고 일축한 것이 전부였다.
이날 청와대의 문 후보에 대한 논평은 길지는 않지만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물론 이날 강조점은 `노심'(盧心)이 문 후보에게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을 진화하는데 있었지만, 문 후보에 대한 일정한 평가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검증을 거친 분이 아니다"는 언급은 해석에 따라서는 기업 경영인 출신이 돌연 정치인으로 변신, 대통령에 도전하겠다고 나서기에는 검증의 시간이 너무 짧지 않느냐는 인식이 내포돼 있고, 오히려 거리를 두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노 대통령은 올해초인 2월27일 인터넷 매체와의 회견에서 차기 대통령의 자질을 언급하면서 "특히 정치를 좀 잘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적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런 면에서 불과 몇 개월전만 해도 기업 CEO 였던 문 후보가 정치적 능력을 검증받을 기회가 없었다는 점에서 유보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에서 일했지만 대통령 후보로서의 문국현은 정확하게 알고 판단하기가 어렵고 판단해도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 원칙으로도 대통령이 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때문에 특별한 이유없이 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sg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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