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보기관의 통제.사찰 실태>-1

  • 등록 2007.10.24 11: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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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위, 정치.사법.언론.노동.학원.간첩 분야 실태 보고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과거 권의주의 정권 시절 정보기관이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사찰을 자행했음을 보여주는 종합 보고서가 나왔다.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가 24일 펴낸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 보고서는 중앙정보부와 그 후신인 국가안전기획부가 정치ㆍ사법ㆍ언론ㆍ노동ㆍ학원ㆍ간첩 분야에서 통제 및 사찰한 행적에 대한 조사결과를 담고 있다.

각 분야별 통제.사찰 실태를 구체적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 정치 = 박정희 정권 시절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에 대한 대대적인 정치 사찰이 이뤄졌는데 특히 그의 재임기간 초대 중앙정보부장을 지내고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김종필에 대한 동향파악도 중정에 의해 이뤄졌다.

1968년 국민복지회 사건으로 공화당 의장에서 물러난 김종필의 동향은 중정의 주요 관심대상이었다.

특히 삼선개헌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개헌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김종필 계열의 의원들과 이른바 항명파동으로 공화당에서 제명된 의원들이 중요 관리대상이었다.

진실위는 김종필계 동향과 관련된 ▲전 공화당의장 김종필 동향첩보 통보 ▲김종필 동향 첩보 입수 ▲국회의원 김용태 동향첩보 통보 ▲김용태에 대한 첩보 ▲개헌논의를 위시한 정계동향 등의 문서를 확인했다.

`전공화당 의장 김종필 동향첩보 통보' 문건에는 김종필이 박종태, 김용태와 만나 개헌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앞으로 만약 개헌이 본격 추진될 경우 자신은 표면에 나서 범국민적인 개헌반대 투쟁을 벌일 결심을 밝혔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정보기관은 이 같은 정치인 사찰을 비롯해 선거개입, 정당 및 국회활동 개입, 정치자금 통제 등의 방법으로 정치분야에 관여했다고 진실위는 밝혔다.

진실위는 "과거 정보기관들은 군부 권위주의 정권 시절과 민주화 초기에 최고 권력자의 의지에 종속돼 부당하고 불법적인 정치 개입을 지속해 왔으며 이는 정치발전 저해를 가져왔다"면서 "국정원은 국내정보 수집업무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 방지를 위해 그 범위를 구체화하고 필요하다면 관련법을 개정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권고했다.

◇ 사법 = 정보기관은 각종 시국사건 때 담당재판부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원하는 판결을 내리기 위해 노력했는데 안기부가 1982년 발표한 `송씨일가 사건'이 대표적이다.

안기부는 `북한 노동당 연락부 부부장 송창섭씨가 남파, 친인척을 간첩으로 만들어 25년 간 암약했다'는 요지의 이 사건에 대해 검찰 기소단계부터 대법원 확정판결에 이르기까지 개입.조정했다.

안기부는 불법 장기구금과 고문 등을 통해 얻은 진술을 검찰에서도 그대로 진술할 것을 피의자들에게 강요하고 검찰과 법원에 유죄판결을 내리도록 압박했다는 게 진실위의 판단이다.

별다른 물증이 없는데다 검찰 조서의 임의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대법원이 이 사건을 두 차례나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안기부는 검사와 함께 판사를 찾아다니며 설득하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검찰은 조사 및 기소단계에서부터 안기부에 협력하고 동조했으며 법원 역시 재재항소심이 끝나기도 전에 재재상고심 주심 판사를 확정하는 등 유죄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협력했다고 진실위는 밝혔다.

정보기관은 이 밖에 국가배상법 위헌 판결 등 정권의 의도와 다른 판결을 내린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재임명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83년 대법원 비서실장 뇌물사건을 전면 재조사하게 해 두 명의 부장판사 및 검사장과 지청장의 비위사실을 적발, 사임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진실위는 "사법부는 엄격한 독립성이 요구되고 검사.법관들의 자부심도 강해 외압을 부인하거나 면담을 거절해 입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점이 있다"면서 "이번 조사가 사법부 독립의 초석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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