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개혁 진앙지' KAIST> ① "변해야 산다"

  • 등록 2007.10.22 05: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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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초일류' 이공계대학 목표..교수.학생.교직원 `전방위 개혁'



(※편집자 주 = 국내 최고 수준의 이공계 대학인 KAIST가 최근 정년이 보장되는 `테뉴어(tenure) 교수' 심사 과정에서 연구 실적이 미흡한 교수들을 무더기로 탈락시켰다. 학비를 전액 면제해 온 KAIST는 또 금년도 신입생부터 학점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학생들에게 연간 1천500만원에 달하는 학비를 받기로 했다. 이처럼 서남표(徐南杓) 총장의 진두지휘 아래 이뤄지고 있는 KAIST의 `고강도 개혁'은 그동안 현실에 안주해 온 국내 대학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연합뉴스는 2011년 `세계 10대 대학 진입'의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과감한 개혁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KAIST의 비전과 과제를 3회에 걸쳐 점검했다.)





(대전=연합뉴스) 정찬욱 기자 = "KAIST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우리도 궁금합니다"

KAIST에 재직중인 한 교수는 서남표(71) 총장이 추진중인 개혁 드라이브를 이렇게 표현했다.

서 총장은 지난해 7월 취임후 1년여 동안 `세계 초일류 이공계 대학으로의 도약'이라는 목표를 세워놓고 굵직굵직한 개혁 정책들을 쉴새없이 쏟아냈으며, 이러한 서 총장의 개혁 드라이브는 KAIST 구성원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 과학기술계의 히딩크'로 불리며 강도높은 개혁을 추진하다 내부의 반발에 부딪혀 제대로 결실을 보지 못한 전임 로버트 러플린(Robert B. Laughlin.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총장 때와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다.

서 총장이 추진한 개혁정책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는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테뉴어(tenure) 교수' 심사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KAIST는 최근 테뉴어 교수 심사 과정에서 신청교수 35명의 43%인 15명을 연구실적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심사에서 탈락한 교수들은 향후 1-2년 남은 재계약기간 안에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내놓지 않으면 KAIST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테뉴어 교수 제도'는 임용후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 연구성과를 심사해 관문을 통과한 교수에게는 정년을 보장해 주지만 탈락한 교수들은 퇴출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KAIST는 개교와 함께 테뉴어 제도를 시행해 왔지만 이 제도로 퇴출된 교수는 그동안 단 한명도 없었다.

심사 대상자 중 거의 절반 가량을 탈락시킨 서 총장의 조치를 KAIST 교수사회가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이다.

이에 대해 서 총장은 "전체 교수 가운데 20% 정도만 테뉴어를 받아 정년이 보장되는 하버드대와 경쟁하려면 교수들부터 개혁해야 한다"면서 "세계 1류 수준인 KAIST 학생들을 데리고 세계 최고의 대학을 만들지 못한 것은 교수들의 책임"이라고 질타했다.

KAIST 전체 교수 400여명 가운데 90% 가량이 국내 명문대를 나와 해외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해외파 중 70% 정도는 `아이비리그' 등 미국 명문대 출신이다.

이처럼 화려한 학력의 소유자인 KAIST 교수들이 테뉴어 심사과정에서 무더기로 탈락했다는 것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KAIST는 연구실적이 뛰어난 교수에 대해선 나이나 재직기간에 관계없이 과감히 정년을 보장하고 있다.

일례로 얼마 전까지 서울대에서 강의하던 조광현(36.바이오 뇌 공학과) 교수와 싱가포르국립대에서 강의하던 조병진(43.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뛰어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임용과 동시에 정년이 보장되는 테뉴어를 받았다.

또 미국 MIT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소장파 여성과학자 메리 캐서린 톰슨(27)씨를 이달초 건설 및 환경공학과 조교수로 전격 임용했는데, 톰슨씨는 KAIST의 첫 외국인 여성 전임교수이다.

KAIST에는 현재 톰슨 교수를 포함해 모두 22명의 외국 국적 전임교수가 재직중인데, 이 가운데 16명이 한국계이고 순수 외국인은 6명에 불과하다.

보직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교수는 "앞으로는 철두철미하게 가능성과 연구업적을 기준으로 교수를 임용하고 심사할 것"이라면서 " KAIST가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이 같은 교수 임용제도의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개혁의 칼끝은 교수들뿐 아니라 학생들도 겨냥하고 있다.

현재 2학년 이상 학생들은 수업료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1학년 재학생은 사정이 다르다. 학점이 2.0-3.0이면 일부 수업료를 내야 하고 2.0 이하면 1년에 1천500만원에 달하는 학비를 내야 한다.

KAIST가 지난해 말 학칙을 개정, 올해 신입생부터 공부하지 않는 학생에 대해서는 수업료를 환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신입생들의 1학기 학점을 파악한 결과 3.0 미만인 학생이 4명 중 1명꼴인 것으로 알려졌다. 1학기 성적이 저조한 학생이 2학기에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국내 공과대 가운데 가장 비싼 수업료를 내야 한다.

KAIST는 `20년 후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인재를 뽑는다'는 목표 아래 2008학년도 입시제도도 과감하게 개혁했다.

학업성적 이외에 인성과 창의성, 리더십, 난관극복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신입생들을 선발하기로 한 것이다.

KAIST는 교수.학생개혁에 이어 `일 안하는' 직원들도 퇴출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어 `철밥통'으로 여겨져온 대학 직원 사회에도 퇴출 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서 총장은 최근 전체 직원회의에서 "KAIST가 하버드대학 같은 세계 최고 대학과 마찬가지로 학생이나 교수.직원 수준이 높은데 왜 세계적인 대학이 되지 못하고 있느냐"고 질문을 던진 뒤 "그것은 경쟁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서 총장은 이어 "학생들이 한번 입학하면 공부를 안해도 학비를 내지 않고 교수나 직원도 채용되면 거의 정년이 보장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해 지속적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임을 시사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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