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선출됐다. 통합신당은 원내 의석 141석의 최대 정당이다. 원내 제2당(129석)인 한나라당은 이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 여야 정당정치가 제대로 정립돼 있고 대선 정국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면 범여권을 대표하는 최대 정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될 경우, 그 후보에게 여권 내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정 후보에게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통합신당이 열린우리당의 해체와 이합집산 과정을 거쳐 사실상 대선용으로 급조된 정당이라는 게 그 배경이다. 집권 여당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통합신당이 범여권 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창당됐지만 제 정파 간의 이해가 달라 이질적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그리고도 범여권 단일 후보 선출이라는 최대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범여권 후보 난립 현상을 어떤 방식으로든 풀어야 한다. 경선 과정에서 불법.부정 선거 논란으로 생채기까지 입어 그의 앞날은 험난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 후보는 통합신당과 자신을 바라보는 국민의 관심과 비판적 시선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국민은 통합신당이 내건 대통합과 새 정치 슬로건에 별다른 감동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창당 후 두 달여에 걸친 통합신당의 정치 행보에서 대통합의 정신이나 새 정치의 참신한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파행으로 얼룩진 '전국순회 국민경선'도 국민에게 기대보다는 실망을 안겨 주었다. 이는 경선에서 보여준 낮은 참여율과 투표율에서도 읽을 수 있다. 휴대전화 투표로 국민의 관심을 끌긴 했지만 현재 판세로는 여론조사에서 국민 지지율 50% 선을 웃도는 한나라당 이 후보를 본선에서 이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 후보의 지지율은 아직도 10% 선을 겨우 넘나드는 답보 상태다. 따라서 이 후보와 맞서려면 자신을 던지는 '사즉생'(死卽生)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이번 경선의 패자인 손학규, 이해찬 후보를 진정으로 포용해 당을 통합하는 것은 기본이다. 당이 대선을 목표로 일치단결하지 않고 총선을 겨냥한 주도권 다툼에 휩쓸린다면 '정동영호'(號)는 출범하자마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경선 도중 일각에서 제기된 '당권 거래설'도 뛰어넘어야 할 산이다.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정면 돌파하느냐, 못 하느냐는 정 후보의 몫이다. 행여 자파 세력 챙기기나 총선을 겨냥한 세(勢) 불리기 등의 계파 간 파워게임에 빠진다면 국민은 그 순간 등을 돌릴 것이다.
정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이제는 치유와 통합으로 가 하나가 돼야 한다"며 "하나가 될 때만 승리의 가능성이 생겨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한나라당 이 후보의 대항마로 확정되기까지는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민주당(원내 의석 9명) 대선 후보로 사실상 이인제 의원이 확정됐고 창당발기인 대회를 마친 문국현 후보는 다음달 초 '창조한국당' 창당에 본격 착수한다. 몇몇 의원이 장외 인사인 문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통합신당 의원도 일부 포함돼 있다. 희한한 현상이다. 이수성 전 총리와 정근모 전 과기처장관 등도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제3의 후보'가 또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대선은 이제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고 후보 등록까지는 40여일 뿐이다. 후보 단일화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식 후보 등록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 그야말로 시간이 촉박하다. 정 후보는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든, 아니면 통합신당 후보로 대선에 나서든, 정치인으로서 구태를 탈피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정당보다 자기 정파를 챙기는 뒷골목 보스 정치나 총선에서의 정치적 소리(小利)를 탐하는 계파 정치를 답습할 수도 있다. 아니면 오직 대선을 목표로 국민만 바라보고 당과 나라를 위해 대의를 쫓는 언행일치의 대도(大道) 정치에 앞장설 수도 있다. 이번 대선은 정치인이자 대선 후보로서 그의 그릇을 재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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