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압축.집중 협상'..상품이 초점>

  • 등록 2007.10.14 07: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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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수.신호경 기자 = 상품 양허(개방)안을 놓고 벽에 부딪혔던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4차 협상이 15일부터 서울에서 열린다.

양측은 지난 달 3차 협상 말미에 밝힌 대로 이번에는 FTA의 핵심이자 양측이 커다란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상품 양허안과 비관세조치를 중심으로 서비스.투자분야와 원산지, 지적 재산권 분야만 논의하는 '압축-집중형' 협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이번 협상이 끝나면 연말까지 두 달여 밖에 시간이 남지 않는 점, '연내 타결이 어려운 과제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김한수 대표의 최근 발언 등을 고려할 때 결국 이번 협상에서 상품분야의 이견을 축소하느냐 여부가 이후 협상속도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 관전 포인트는 한미 FTA와의 비교평가

3차 협상이 끝난 지 채 한 달도 안돼 열리는 이번 협상의 관전 포인트는 역시 상품 양허안에 대한 양측의 견해차가 어느 정도 좁혀질지 여부다.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을 빼면 교역액 기준 80% 가량의 상품 관세를 협정 발효 3년내 철폐하겠다고 밝힌 EU측은 3차 협상에서 우리측이 내민 수정 양허안의 3년내 관세 철폐율이 68%인 점을 들어 "미흡하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3차 협상부터는 한미 FTA와의 균형, 이른바 '코러스 패리티'(KORUS Parity) 주장까지 들고나와 우리측을 압박했다.

결국 양측은 4차 협상에서 한미 FTA에 비해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영역을 놓고 그 타당성과 효과, 개방시 민감성 등을 비교 평가해보기로 합의했고 이제 서울에서 서로의 보따리를 푼다. '주고받기'식 협상보다는 기술적 논의와 이해 넓히기가 이번 협상의 흐름이 될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 韓, 방어전선 길고 공격목표 노출

문제는 이런 형태의 협상이 전개될 경우 우리측 방어선은 너무 긴 반면, 공격목표는 점령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한미 FTA 합의안을 기준으로 우리측이 미국에 비해 EU에 불리하게 내준 품목의 교역액은 지난해 기준 약 105억 달러, 반대로 EU측이 한미 FTA에서 미국이 한국에 양보한 것보다 불리하게 제시한 품목의 교역액이 93억 달러선이었으나 유로화의 강세로 현재 기준으로는 각각 100억 달러 수준으로 비슷해진 상태다.

하지만 논의대상 품목의 교역액이 비슷해도 전체 품목 94%의 관세를 3년내 철폐하는 한미 FTA와 비교하면 우리측이 방어해야 할 품목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반면 EU측 양허안에서 관세철폐기간이 3년을 넘는 품목중 우리측에 의미가 있는 품목은 자동차(7년), LCD(5년) 등 1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물고 있으면서 관세철폐기간도 긴 몇몇 품목에 불과하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EU측은 우리측 주력품목인 자동차와 전자, 2가지 분야에서 강하게 버티고 있다"며 "아무래도 이번 협상에서는 (개선대상 품목이 많은) 우리측의 상품 양허안 설명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예상했다.

농산물은 민감품목을 포함한 200여개 품목의 개방 방향을 담은 수정 양허안에 EU측이 여전히 "한미 FTA 결과와 차이가 많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힘든 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우리측은 돼지고기, 낙농품 등 민감품목의 관세 철폐 기간을 대부분 10년 이상으로 설정하고 수입쿼터(TRQ)할당, 계절관세 등을 섞은 예외 조치를 제안하는 한편, 농업구조상 한미 FTA가 이번 협상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들어 농업에 대한 예외적 취급, 민간품목 수입 완충장치인 '농산물 특별 세이프가드' 도입도 주장할 계획이다.



◇ 비관세 장벽.지리적 표시도 험로

상품 양허안의 돌파구 마련도 쉽지 않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분야의 논의가 순조로울 것으로 낙관하기는 이르다.

김한수 대표는 지난 12일 방송 인터뷰에서 "자동차 표준과 관련된 비관세 장벽, 지적 재산권 등도 쉽지 않다"면서 "EU가 최근 지리적 표시 보호(농.특산물이 지리적 요인과 관련이 있을 때 인정되는 지적 재산권)와 관련해 아주 높은 수준의 제안서를 보내와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상단 관계자는 "지난 3차 협상까지 EU 측은 우리의 지리적 표시제 현황을 주로 물었으나, 최근 4차 협상을 앞두고 협정문 초안을 보내왔다"며 "추상적, 포괄적 초안만 도착하고 구체적 요구사항인 부속서가 오지 않아 협상장에서 EU 측이 어떤 수준의 요구 수준과 범위를 생각하는지 파악해봐야 한다"며 불확실한 상황을 전했다.

만약 EU측이 요구하는 '소비자 오인 방지' 항목이 수용되면 샴페인, 코냑, 스카치(위스키), 보르도(와인), 파마산(치즈) 등의 명칭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다.

자동차 표준 역시 EU측은 "한국산 자동차 관세철폐에 불만이 큰 유럽 자동차 업계를 달래려면 유엔 유럽경제위원회(ECE) 자동차 표준을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미 한미 FTA를 통해 미국쪽 표준을 많이 수용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논의하기로 한 상황에서 또 다른 표준을 수용한다는 것은 힘들다.

이밖에 EU측이 ▲지방자치단체 건설분야 조달개방 하한선 인하 ▲중소기업 보호규정 삭제 ▲공기업 조달확대 등을 내걸고 있는 조달분야 협상, ▲EU측이 '정치적 결정사항'으로 규정한 개성공단 문제 ▲10년의 자료독점기간을 요구한 의약품 지적 재산권문제 ▲전자제품 자기 적합성 선언 문제도 넘기 힘든 산이 될 전망이다.

jsk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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