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세상사, 인간사 모든 일에 인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세상사는 모두 인간이 행하고 동시에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해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를 포함해 다른 조직 인사에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과 그 하위법인 각종 법률이 3부 요인을 비롯해 헌법기관과 정부 주요 인사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인사가 그만큼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인사는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 정도를 지켜 단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사 원칙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공명정대하며 투명해야 한다. 지연, 학연, 혈연에 따른 정실 인사나 정략적 인사를 배격하고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갖춘 인재를 널리 두루 발탁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인사를 단행했다. 다음달 9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감사원장에는 전윤철 현 감사원장을 유임시키고 다음달 23일로 임기가 끝나는 정상명 검찰총장 후임에는 임채진 법무연수원장을 내정했다. 감사원장 임기는 4년이고 검찰총장 임기는 2년이다. 노 대통령의 차기 감사원장 및 검찰총장 인선을 놓고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초점은 임기를 불과 4개월여 남겨 놓은 대통령이 임기가 4년 또는 2년이 보장된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후임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다음 정권 출범과 차기 대통령의 인사권 배려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나름대로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그러나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특히 "검찰 조직과 업무의 특성상 검찰총장을 대행 체제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당초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차기 검찰총장과 감사원장 임명에 반대, 임기가 거의 끝나 가는 정부의 고위 공직자 인선은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후임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은 대행 체제로 가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후임 인선을 발표하자 한나라당은 한발 물러섰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대통령이 임기가 다 된 사람들에 대해 인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목숨을 걸고 반대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고 나경원 대변인은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최종적인 판단은 노 대통령의 몫"이라며 국회 인사 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따지겠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 논란은 이번 정권에서 그칠 문제가 아니다. 어느 정권이든 대통령의 임기 말이 되면 다시 불거질 사안이다. 대통령과 임기가 보장된 고위 공직자의 임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법과 원칙에 따라 정도를 지켜 제대로 된 인사 관행을 정립해야 한다. 청와대 측 주장대로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의 임명은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순리적으로 인사를 단행하면 된다. 혹시라도 임기 말의 고위 공직자 인선에 법과 원칙이 아닌 정략적 의도나 사(邪)가 끼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도를 지키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노 대통령이 지난 2003년 3월 취임 직후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김각영 당시 검찰총장,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 이근영 금감위원장을 경질했던 게 이번 인사와 모순된다는 정치권 일각의 지적은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국회 임명 동의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견제와 반발이 예상되는 것도 같은 차원이다. 한나라당도 이 문제를 정략적, 정치적 차원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른 접근을 하되 주장과 행동에 일관성을 지킬 것을 당부하고자 한다. 야당일 때나 여당일 때를 가리지 않고 같은 주장과 행동을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가 발전하고 나라가 바로 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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