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월급을 팍팍 올려 주고 회사 창립기념품으로 전 직원에게 200만 원짜리 노트북을 한 대씩 지급하는가 하면 주택자금을 연 2%의 초저금리로 빌려 주는 직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랫동안 출근하지 않아도 월급이 나오고 노조 전임자가 규정의 3배를 웃돌아도 끄떡없으며 아무나 낙하산으로 내려와서 주먹구구식으로 경영해도 조직이 망하기는커녕 계속 떵떵거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일반 직장인과 영세 자영업자들로서는 감히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는 곳이 흔히들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공공기관들이다.
이러한 사실은 전체 298개 공공기관 가운데 경영 규모가 크거나 공공적 성격이 강한 89개 기관에 대해 교수, 회계사, 연구원 등 민간 전문가 155명으로 구성된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이 실시한 경영 평가를 통해 밝혀졌다. 기획예산처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06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방송광고공사는 지난해 창립 25주년을 맞아 전 직원에게 기념품으로 200만 원 상당의 노트북을 지급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월 5만 원의 체력단련비를 신설했다. 광업진흥공사는 총 인건비의 2%로 제한된 정부 지침을 무시하고 월급을 7%나 올렸고 부산항만공사는 직원들에 대한 주택자금 대부 이자를 연 3%에서 2%로 낮췄다. 석탄공사는 정원이 이미 초과됐는데도 비공개로 신규 사원을 채용하고 장기 결근자에게도 봉급을 지급했으며 철도공사 노조는 정부의 기준 21명을 훨씬 초과하는 64명의 전임자를 거느리는 배짱을 과시하고 있다.
또 주택공사는 지가 상승 대책을 소홀히 한 채 조기 공급에 치중하고 토지공사는 개발 이익에 급급해 공공기관 예정지구 공시지가를 크게 올린 나머지 결과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한국전력은 거래 업체들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다 걸렸고 국민연금은 지역가입자의 소득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신고에 의존하고 있으며 마사회는 여유 자금을 저수익률 상품으로 운용하는 등 공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와 주먹구구식 경영은 그 사례를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역대 그 어느 정권보다도 강하게 개혁을 부르짖는 참여정부가 어째서 공공기관들에 대해서는 개혁의 칼을 들이대지 않느냐고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긴 그 책임의 대부분이 정부에 있으니 썩 기대할 일도 못 된다. 무릇 조직이란 게 다 그렇지만 공공기관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유능한 기관장이 역량과 도덕성을 겸비한 참모들과 함께 올바른 정책을 집행하고 혹시라도 잘못된 결정을 내릴 때에는 감사나 사외이사에 의한 제동장치가 즉각 발동해야 한다. 그러나 공공기관들은 기관장 및 임원 추천위원회부터 정권과 주무 부처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무늬만 공모제일 뿐 실제로는 낙하산에 의한 비전문가들로 채워지기 일쑤이고 감사들 역시 권력에 빌붙어 지내던 사람들로 전문성과 사명감이 떨어지기는 매한가지다.
경영진이 이처럼 정통성이 없다 보니 종업원들에게 과도한 복지를 `당근'으로 줄 수밖에 없고 경영은 뒤죽박죽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썩을대로 썩은 공공기관들의 환부를 계속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공기관이 부실화될수록 국민의 혈세를 더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지배구조를 바로 잡지 않고는 공공기관 개혁은 공염불에 다름 아니다. 공공기관 개혁은 비상임이사 등에게 실질적인 추천권을 주는 등 명실상부한 기관장 추천위를 구성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감사와 경영 평가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등 권력과 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경영 환경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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