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할 필요가 있느냐"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신임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한 대답이다.
후쿠다 총리가 26일 총리로서의 본격 행보에 들어감에 따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광복절 야스쿠니 신사 참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2차대전 당시 군대 위안부 강제동원 부인 발언 등으로 마찰을 빚어온 한.일관계의 개선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일단은 후쿠다 총리가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의 연대를 강화하는 '동아시아 공동체' 실현을 외교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종전 정권에 비해서는 관계 개선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그가 역사 문제나 독도 영유권 등 한국과의 마찰 소지가 높은 문제에 대해서는 가급적 충돌을 피하려 할 것으로 보이는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일본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시한 무라야마(町村)담화에 대한 계승이나 과거사 문제가 해결됐다고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한국이나 중국측에서는 평가하는 부분인 만큼 여건은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후쿠다 총리가 당장은 테러대책특별조치법 연장 문제나 격차해소, 정치자금 투명성 문제 등 지난 참의원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 이반의 직접적인 원인을 해소하는데 집착할 수 밖에 없는게 문제다. 한일관계 개선이란 성과가 나오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테러대책법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조기 중의원 해산 및 총선 정국으로 돌입할 경우엔 후쿠다 정권은 단명정권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변수다. 후쿠다 총리는 25일 취임 기자회견 등에서 내년 3~4월 예산안 처리 이후 야당과의 합의에 의한 중의원 해산 가능성까지 열어 놓았다.
여기에 총리의 분신 역할을 해야 하는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신임 관방장관이 야스쿠니신사 참배 옹호론자이면서 일본의 침략사를 왜곡.미화하는데 앞장서 왔던 인사라는 점, 또 후쿠다 총리가 당내 각 파벌의 도움으로 총리가 된 만큼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아베 정권에서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대북 관계 개선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후쿠다 총리는 일본 정부의 대북정책의 기본인 '대화와 압력' 가운데 '압력'을 중시했던 아베 정권과는 달리 '대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내 손으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납치 문제가 해결되고 북한이 핵도 미사일도 포기하게 되면 국교 수립도 가능하다"고 아베 정권과는 다른 접근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북 강경론자인 마치무라 전 외상과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전 방위상이 여전히 관방장관과 외상으로 내각에 포진한데다 북한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당내 분위기 등으로 인해 대북 정책 노선의 급격한 전환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10월 13일로 기한이 만료되는 대북경제제재 시한 재연장 여부가 후쿠다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여 추이가 주목된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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