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제3차 협상이 마무리됐다.
우리 측은 이번부터 실질적인 주고 받기식 협상이 이뤄지고 전체적인 협상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리 측의 수정 상품양허(개방)안에 대한 EU 측의 이의 제기로 기대만큼 진전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상품양허 분야에서 양측이 한.미 FTA를 기준으로 견해 차를 좁혀가자고 합의하면서 상품양허의 새로운 협상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전체적인 양허 수준을 한꺼번에 합의하는 게 아니라 한.미 FTA 협정문을 두고 개별 품목을 하나 하나 따져야 한다는 점에서 다소 돌아가는 감도 없지 않지만 기준이 있는 만큼 서로의 의견이 달라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김한수 수석대표도 "상품양허에서 차질이 생겼지만 접근 방법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기 때문에 조기 타결이 물 건너 간 것은 아니다"며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연내 타결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 상품양허안 협상기준 합의
지난 7월 2차 협상에서 한국의 상품 양허안에 불만을 제기했던 EU 측은 이번 3차 협상에서도 우리 측 상품양허 수정안에 대해 "실망했다"는 말로 강하게 반발했고 우리 측도 이에 맞서 "EU 측에 실망했다"며 대립,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는 듯 했다.
하지만 다행히 양측은 수석 대표 간 접촉을 통해 한.미 FTA를 준거로 상품 양허를 협의하자고 합의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4차 협상부터는 한.미 FTA에서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우리 측은 EU에 미국보다 불리하게 제시한 것이 무엇인지, EU는 미국에 비해 한국에 덜 내주려 한 것이 무엇인지를 세부적으로 비교해 절충점을 찾게 된다.
이번 협상이 답보였지만 상품양허라는 힘겨운 코스를 지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고 팽팽한 대립보다는 우회하더라도 협상을 진전시키자는 양측의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하지만 하나의 준거를 갖고 서로 차이점을 찾아 해법을 모색하는 방식이 결국은 양측 모두 새로운 수정 양허안을 만드는 것이어서 정부가 기대하는 연내 타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 대표도 상품양허안에 대한 예상 합의 시점과 관련, "4차에서는 어렵고 5차보다 더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6차 정도에서 협상을 끝내려면 전 정부적인 관심과 융통성이 필요하고 FTA가 꼭 필요하다는 양측의 공감대 아래에서 정치적 리더십에 힘을 받아 협상단이 최선을 다 하면 된다"고 밝혔다.
◇ 새 키워드 '코러스 패리티'
상품양허안에 대한 양측의 시각 차이는 단순한 기싸움이라기보다 양측의 협상 경험과 협상을 위한 논의 구조의 차이에 기인한다.
한.칠레, 한.미 FTA를 통해 우리 측은 '협상용' 양허안을 제시한 뒤 이익의 균형을 내세워 밀고 당기는 '주고받기'를 통해 얻을 것을 얻고 양보할 것을 양보하는 일진 일퇴식 협상전술을 채택해왔다.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EU 측은 27개국 연합체인 만큼 회원국 간 의견 조율에 물리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려 양허안 수정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차이 때문에 양측이 공통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준은 한.미 FTA가 될 수 밖에 없다. 협상 상대의 경제 규모도 비슷하고 미국을 의식하고 있는 EU 측의 입장도 감안된 것이다.
실제 EU 측은 협상 기간 내내 "한.미 FTA에서 미국이 얻어낸 수준은 기본으로 열고 추가 논의를 하자"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른바 '코러스 패리티'(KORUS Parity)로 자신들을 미국과 똑같이 대우해달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새 논의 방식이 한.미 FTA를 기준으로 채택했다고 해서 우리에 불리할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 전문직.지재권 등 일부 비상품분야 성과
이번 3차 협상에서 양측은 일부 비상품분야에서는 진전을 이뤘다.
정부조달 입찰 자격에 자국 내 영업실적을 요구하지 않기로 한 합의, 전문직 상호자격 인정문제를 다룰 메커니즘의 마련, 지속가능발전 분야의 논의대상을 환경.노동분야에 한정하고 이를 보호무역의 수단으로 삼지 않기로 한 합의, 금융기관 이사회 구성원의 국적제한 금지 합의 등이 성과다.
무엇보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EU가 요구했던 추급권과 디자인 보호기간의 25년 연장안이 철회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의 비관세 장벽, 의약품 등 주요 쟁점은 그대로 남아있다.
EU 측이 FTA를 반대하는 자국 자동차업계 설득을 위해 필요하다며 내세운 유럽식 자동차 기술표준의 채택, 미국보다도 2배나 긴 10년 간의 의약품 자료독점권 요구 등 비관세 장벽문제나 조달시장의 개방요구 등이 대표적 사례다.
jsk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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