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건설업자 김상진(42)씨의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법원은 정 전 비서관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받을 의지가 있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는데다 검찰이 제기한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소명자료 부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기각으로 검찰은 수사 신뢰도에 뼈아픈 타격을 입게 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 7월 16일 건설업자 김상진(42)씨가 사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비롯됐다.
검찰은 김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지난해 8월 26일 세무조사 무마청탁과 함께 김씨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지난달 9일 그를 구속했다.
정 전 청장의 구속으로 일단락 되는 듯 하던 사건은 수뢰에 앞서 가진 식사자리에 정 전 비서관이 동석했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지난달 28일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정 전 비서관과 건설업자 김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언론과 정치권에서 잇따라 제기됐고, 지난달 31일에는 이런 의혹제기에 대해 대통령까지 나서 "깜도 안 되는 의혹"이라고 비난하면서 사건은 정치권으로도 확산됐다.
정치권에서 '특검' 도입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하자 부산지검은 "의혹이 있었다면 그냥 뒀겠느냐"던 기존의 입장을 바꿔 지난달 31일 전격적으로 '보완수사'를 발표했다.
외환은행 사건을 맡았던 대검 계좌추적팀과 검사 6명을 포함해 총 42명으로 대대적인 수사팀을 구성한 검찰은 이위준 부산 연제구청장에게 1억원을 줬다 돌려받은 사실과 김씨가 부산지역 정ㆍ관ㆍ금융계에 전방위 로비를 한 혐의를 속속 밝혀내며 관계자들을 줄소환 했다.
검찰 출두가 임박한 정 전 비서관은 지난 10일 언론사 3곳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때까지만 해도 단호한 입장이었다.
다음날 정 전 비서관은 겸임교수로 있는 신라대에 강의를 나가서도 "대통령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금품 수수나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이후 답보상태를 보이던 수사는 17일 오전 검찰이 정 전 비서관의 부산 사상구 학장동 자택과 서울 도곡동 거처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급반전됐다.
압수수색 결과와 김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 전 비서관에 대한 혐의를 포착한 검찰이 18일 그를 고소인 자격이 아닌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하기에 이른 것.
12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정 전 비서관은 "김씨와 대질신문까지 했지만 인정할 수 있는게 전혀 없다"며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검찰은 다음날 정 전 비서관에 대해 2천만원을 수수(특가법상 알선수재)하고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해준 대가로 자신의 형에게 12억원 상당의 하도급을 주도록 부탁한 혐의(변호사법위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법원은 곧바로 구인장을 발부했다.
20일 오후 1시30분 정 전 비서관은 검찰에 출두하면서 '영장실질심사에 앞서'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 검찰수사를 비난하며 억울함을 소호했고, 법원은 7시간30분에 걸친 영장실질심사 및 서류 검토를 거쳐 영장을 기각했다.
다음은 사건 일지
▲2006년 8월 9일 정윤재씨 청와대 의전비서관 임명
8월 26일 정씨, 김씨 및 정 전 부산국세청장과 저녁자리 동석, 식사 후 김씨 정 전 청장에게 1억원 현금 전달.
▲2007년 7월 16일 부산지검, 김씨 사기 횡령혐의 구속
7월 27일 김씨 구속적부심으로 석방.
8월 9일 정 전 청장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8월 10일 정씨 비서관 사직.
8월 24일 정 전 청장, 김씨 기소로 검찰 수사 일단락.
8월 28일 언론 '정 전 비서관 식사자리 동석' 보도
8월 30일 한나라당,"수사 미진하면 특검할 수도"
8월 31일 노 대통령 한국 PD연합회 창립 20주년 기념식 연설 통해 "깜도 안 되는 의혹 춤추고 있다" 언급.
부산지검 보완수사 착수 전격 발표
9월 7일 김씨 은행 대출금 27억5천만원 편취혐의로 재구속.
9월 10일 정씨 언론사 명예훼손 고소,"후원금 2천만원외 추가로 돈 받은 것 없다" 주장.
9월 17일 검찰 정씨 자택 등 전격 압수수색
9월 18일 정씨 고소인 신분에서 피내사자 신분으로 바뀌어 검찰 출두, 12시간 조사받고 귀가.
9월 19일 검찰, 정윤재씨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위반 혐의 사전영장 청구. 법원 구인장 발부.
9월 20일 정씨, 기자회견 열어 혐의 거듭 부인. 영장실질심사 실시.
법원,"증거인멸 및 도주우려 없고 검찰 일부 소명자료 부족하다"며 영장 기각.
swi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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