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제어봉ㆍ방사화학실험실→크레인 제거 유력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북한은 과연 어떤 수준의 불능화 방안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일까.
미.중.러 3국 핵기술팀의 방북기간(11~15일)에 북한 측이 주요 핵시설 설계도면까지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불능화 의지를 피력하면서 오는 19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알려진 6자회담의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회담은 3국 핵기술팀의 방북 결과보고를 토대로 구체적인 불능화 방안을 확정짓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
문제는 불능화의 수준이다. 불능화는 말 그대로 현재 사용중인 시설을 못쓰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 추상적 개념이다.
전기계통을 망가뜨려도 핵시설을 쓸 수 없고 핵심시설을 파괴해도 전체 시설을 가동할 수 없게 된다.
정부 당국자는 3국 핵기술팀의 방북기간 북한 측과 협의과정에서 손에 잡힐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의견이 오갔다고 전했다. 다만 최종적인 결정은 6자회담에서 확정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핵기술팀과의 협의과정에서 '연내 이행'을 전제하면서 '일단 불능화 조치를 취할 경우 상당기간내 복구가 어려운' 수준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불능화 수준은 '연내'라는 시한을 지킬 수 있으면서 북한과 미국 등 핵심당사자들의 입장을 조합시키는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이미 불능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했지만 그들이 받을 상응조치의 수준도 함께 만족할 수 있어야 하고 미국은 국내 강경파들의 존재를 상정할 때 '쉽게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 돼야 한다.
불능화의 수준은 불능화 조치 이후 재가동하기까지 드는 시간과 비용을 따져 결정하게 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불능화의 대상은 플루토늄을 생산하는데 핵심적인 5㎿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 핵연료봉 제조시설이다.
원자로의 경우 가장 확실한 불능화 방안으로는 연료봉 주위를 감싸고 있는 흑연블록을 해체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감속재 역할을 하는 흑연이 없으면 원자로 가동은 불가능하다.
이 방안을 적용하면 추후 복구하려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흑연블록은 방사능 오염이 돼있어 해체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수준이 높은 방안으로는 연료봉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그 자리에 콘크리트를 부을 경우 원자로는 무용지물이 된다. 다만 북한 5㎿ 원자로는 모두 810개의 연료봉 구멍이 있는데 이를 메우는 것이 그다지 쉽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원자로의 제어봉을 제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는 원자로를 통제하는 중앙통제실도 함께 파손할 경우 상당한 수준의 불능화로 평가받는다.
사용후 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방사화학실험실의 경우 연료봉에 화학물질을 섞는 '반응로'를 해체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안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방사능 오염 우려 등이 단점으로 지적받는다.
이 때문에 연료봉을 옮기는 크레인 등을 해체하는 방안이 더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 연료봉 제조공장도 높은 수준의 불능화를 하자면 반응로를 해체해야 한다. 5㎿ 원자로에서 사용하는 금속 우라늄을 만들기 위해 천연우라늄을 정련해 옐로케이크(산화우라늄), UF4(불화우라늄)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우라늄과 화학물질을 섞는 곳이 바로 반응로다.
정부 당국자는 16일 "여러 수준의 불능화 가운데 어떤 방안을 채택하느냐는 북한의 의지에 달려있다"면서 "구체적인 문서화 작업을 하면서 상당한 신경전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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