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부대, 인도적 지원으로 레바논 민심공략
(티르<레바논>=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지난 7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의 일원으로 레바논 남부 티르시(市) 인근에 파병돼 평화유지 임무를 수행중인 한국군 동명부대가 의료지원 등 적극적인 민사작전을 통해 현지 주민들의 민심 얻기에 나섰다.
이라크 자이툰부대가 `그린 엔젤'(green angel) 민사작전으로 현지인들을 든든한 후원자로 바꿔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동명부대는 `피스 웨이브'(PEACE WAVE)라는 민사작전을 통해 현지 주민들과의 친화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는 것이다.
부대 측은 작전지역 내 불법무기 반입에 대한 감시.정찰 등을 통해 무장 정치단체인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분쟁을 예방하는 임무 외에도 인도적 지원을 통해 주민들을 든든한 후원자로 만듦으로써 부대의 안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레바논 현지는 지난 6월 스페인군에 대한 폭탄테러가 발생했고 8월에만 UNIFIL을 대상으로 한 27건의 테러첩보가 접수되는 등 확실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대는 이에 따라 지난 8월부터 작전지역 내에 있는 5개 행정구역을 돌며 사전조사를 벌이는 한편으로 상.하수도 건설 등 주민 숙원사업에 대한 설명회와 함께 물자공여, 농악마당, 태권도 시범 등 `PEACE WAVE'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이들 5개 지역에 매주 한 차례씩 군의관 2명, 간호장교 2명 등으로 구성된 의료팀을 파견, 현장 순회진료를 실시해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지에 정착한 지 두 달도 채 안됐지만 벌써 586명의 주민들을 진료했다.
늘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레바논 군에 대한 차량공여 등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주둔지에서 차량으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브르즈 라할 마을에 대한 민사작전에서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동명부대의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거두고 있음이 확인됐다.
동명부대는 이날 브르즈 라할 마을을 찾아 마을의 숙원사업인 오수관로 설치를 위한 기공식을 여는 한편, 태권도 시범, 농악연주 등 주민들과의 한마당 시간을 가졌다.
마을 광장에는 아랍어와 영어로 "한국군, 평화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왔다", "코리아-레바논 우정의 날" 등의 현수막이 내걸린 가운데 남녀노소 7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페이스 페인팅으로 태극기를 얼굴에 새겨넣은 100여 명의 어린이들이 양손에 레바논 국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부대원들을 환영했다.
농악대가 길놀이를 하며 흥을 돋궜고 동명부대의 마크가 새겨진 검은색 모자를 착용한 주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태권도 시범에서 장병들이 동료의 등을 밟고 3m 높이의 송판을 격파하자 환호성과 갈채가 터져 나왔고 아버지의 목말을 탄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를 지켜보는 모습도 보였다.
부대 측은 이날 행사에서 장례식용 냉동관 2개와 휠체어 1대를 기증했으며 경품 추첨을 통해 농구공과 축구공, 자전거 등을 선물하기도 했다.
부대 측은 앞으로 오수관 건설은 물론, 이 지역 행정기관 청사 보수, 도서관 및 휴식공간 건축, 의료지원, 태권도 및 컴퓨터 교실 운용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 마을 출신 국회의원인 하지 알리의 딸인 여대생 파티마(19)양은 한국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베리 굿"을 연발하며, "예의바르고 친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이스라엘과 비교적 가깝게 지내는 나라라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일부 취재진의 질문에도 "잘 안다. 하지만 이곳엔 평화를 지키기 위해 온 만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마드 시블리니(18), 아바스 시블리니(16) 형제는 UNIFIL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평가를 묻는 질문에 "UNIFIL이 뭔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군은 좋다. 친절하다. 계속 남아달라"고 말했다.
우리의 읍장 정도에 해당하는 이 지역 하산 하무드 시장(mayor)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이곳에서 한국군의 인도적인 역할을 보았다"며 "사실상 오늘 오수관 사업은 우리 마을의 최대 숙원사업이었으며 오늘 한국군에 의해 기공식을 갖게 됐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이어 "지난 전쟁 동안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파괴하고 우리의 사회 기반시설을 무너뜨렸지만 우리는 생명력으로 이 곳을 지키고 있다"며 "우리 곁에는 UNIFIL 군의 지원이 있다. 한국과 레바논은 인도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군과 레바논군, UNIFIL군 등에 평화를 기원한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의 친구인 한국군 평화유지단장 김웅건 대령을 소개하게 돼 영광스럽다"고 덧붙였다.
김웅건 동명부대장은 "우리나라도 유엔의 도움으로 한국전의 상처를 극복하고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이제 우리도 유엔의 일원으로 이곳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 만큼, 레바논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레바논인들은 외세라고 하면 전부 배격하고 돌을 던지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던 사람들"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한국군에 대해 가슴이 찡할 정도로 바뀌고 있다. 한국 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민사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민사협조반장 김 용 중령은 "작전 임무를 성공적이고 안전하게 하는 배경은 주민과의 친화"라며 "주민들의 호응이 없으면 한국군의 정착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군을 주민들이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도록 정성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짧은 기간에 주민들과 친해지고 그들이 가까이 와 주고 있는데 대해 보람을 느낀다. 현재까지 민사작전은 효과적이고 우리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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