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2차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북한 인권 문제를 채택하도록 정부에 권고하자는 안건을 기각했다. 1시간 가량 논의하고도 위원 11명 중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했다. 인권위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이지만 대통령을 포함한 입법ㆍ사법ㆍ행정부의 지휘ㆍ명령을 받지 않는 독립기구다. 또한 인권위가 의제로 채택해 권고해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강제성이 없다.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할 것인지 여부는 정부가 최종 결정하면 된다. 그럼에도 인권위가 권고조차 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북한 인권에 대한 입장'을 통해 "정부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야할 의무와 근거가 있으나 국가인권위원회법 해석상 북한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행위는 인권위의 조사대상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인권위는 같은 이유를 들어 기각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견지하지만 북한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실효적 관할권을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권위나 정상회담에서 다루기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반면 권고안에 찬성했던 위원들은 "인권은 한 시대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제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노력으로 진정한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당한 지적이다. 북한과의 `특수 관계'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외면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한 핏줄을 나눈 형제자매의 문제가 아닌가. 미국 대통령도 북한 인권 문제와 민주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마당에 우리 대통령이나 인권위가 침묵하는 것은 마치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국제앰네스티(AI)는 지난 5월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 사회는 지난해에도 공개 처형과 고문, 수용소 감금 등 인권 유린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며 지난 몇년 사이에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도 같은 달 의회에 제출한 대북인권특사의 보고서에서 "20만명에 달하는 북한 주민들이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으며 언론과 종교, 집회, 출판, 공정한 재판, 이동의 자유가 무시되고 있다"며 북한이 지난 1년 간 인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북한 당국과 언론은 "인권 문제 제기는 날조"라며 내정 간섭, 국가주권 침탈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제사회가 동의하기 어렵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한 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사회 불안정이 세계 177개국 중 13번째로 높았다. 불안정의 바닥에 열악한 인권 상황이 있음은 물론이다. 북한 체제 안정을 위해서도 인권 개선은 시급하다.
서독이 동독의 인권 문제와 경제 지원을 연계시킨 바 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남측 대학내 인공기 게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문제삼은 적이 있다. 비록 남북정상회담의 정식 의제가 아니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북한 인권과 대한민국 국민이 직접 피해당사자인 국군포로ㆍ납북피해자ㆍ이산가족ㆍ탈북자 문제에 관해 언급하는 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본다. 노 대통령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그야말로 평화체제, 평화정착을 위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에서 인권은 분리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의 준변(俊辯)과 김 위원장의 인권 개선 약속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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