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칼럼> '내적 치유' 필요한 개신교계

  • 등록 2007.09.11 08: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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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경욱 편집위원 =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전국장로회(회장 박영남 장로)는 지난 6일 한 장의 결의문을 냈다. 장로 수양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결의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나온 수년간의 총회 임원선거의 행태를 되돌아볼 때 교단의 선거 풍토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어느 누구의 탓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우리의 과제입니다.' 박영남 장로는 내년 교단 총무 선거가 깨끗하게 치러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며 이미 교단 소속 목사들을 중심으로 바른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주요 개신교단 정기 총회가 10일부터 한 주간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교단 총회는 해당 교단의 한 해 살림살이를 평가하고 또 다른 한해의 선교방향을 전망 또는 계획하는 중요한 자리다. 여기에서는 부총회장 등 주요 직책의 인선도 이뤄진다. 이 인선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인 '돈 주고 표 사기' 행위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교단 주요 자리를 돈으로 산다는 얘기는 교인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오죽했으면 장로들이 나서 거의 1년이나 남은 선거를 우려해 선거 풍토를 탓하는 결의문을 냈을까.

이미 교계에서는 인선을 둘러싸고 '돈을 뿌렸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고 한다. 은밀히 진행돼 확인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런 불미스런 소문이 나돌도록 방치하고 있는 데에는 개신교계의 책임이 크다. '다 아는 얘기인데...' 하면서도 아무런 대책도, 노력도 하지 않았거나 하지 않고 있다면 이 역시 개신교계의 엄연한 책임이다. 사정이 얼마나 딱했으면 교단 총회 현장에서 불법 및 금권 선거를 감시하는 조직이 생겨났을까. 이런 현실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개신교계가 돼야 한다. 그리고 그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로 개신교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잘못은 탈레반이 했는데도 괜스레 우리만 욕 먹는다'는 말이 일반인들에게 선뜻 다가가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프간 사태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해외 선교의 향방과 속도를 수정 또는 조절하기보다는 스스로 맑아지려는 자정 노력이 더 시급한 것은 아닐까. 많은 크리스천이나 일반인이 원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것은 아닐지 교계는 심각하게 고심해 봐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개신교계의 '내적 치유'가 절실한 시기다. 교계가 인선 과정에서 금품 살포 등 과거 우리 정치사의 치욕스러웠던 전철을 밟고 있거나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금권 선거를 아직도 팽개치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아프간 사태보다 더 크고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언젠가 개신교계에 가하게 될 것이다. 그 시기는 이를 수도 있다. 솔직히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개신교계는 이번 총회를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인선에만 모든 힘을 쏟을 게 아니라 아프간 사태가 몰고온 파장을 심도 있게 논의해 해외선교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이보다 더 긴요한 것은 자정 을 위한 가시적 성과물을 내놓는 일이다. 갈수록 개방화되고 있고 효율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사회임을 개신교계 지도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터넷 세대는 쉽게 선택하는 만큼 쉽게 포기한다. 금권 선거 시비가 재연되지 않도록 선거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총회와 각 교회의 운영규모와 재정을 공개하는 등 스스로 깨끗해지려 애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목회자 가운데 유럽의 교회를 방문한 목사들은 한결같이 그곳 교회가 쇠퇴일로를 걷고 있으며 그 증거로 규모만 컸지 텅 빈 예배당을 소개하곤 한다. 투명하지 못한 회계와 인선 과정의 잡음 등 교인이나 일반인들의 신뢰를 잃게 하는 관행을 하루속히 내던지지 못하면 한국 예배당의 모습도 유럽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변화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사실을 개신교계는 명심해야 한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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