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우리 사회에서 30~40대는 여론주도층이고 인구 대비 유권자 비율도 가장 높아 대선 때마다 각 후보들이 각별히 공을 들이는 연령층이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탄생시킨 2002년 대선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른바 `386 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당시 노 후보에게 폭발적 지지를 보낸 것이 당선의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30~40대는 1987년 직선제 개헌안을 담은 `6.29 선언'을 이끌어낸 장본인들로 개혁, 민주화 등을 지향하는 가치적 공감대를 지닌 것으로 규정돼왔다. 이들이 노 후보를 민 것도 당시 대선이 개혁과 보수 진영을 각각 대표한 노무현, 이회창 후보의 `이념대결' 양상으로 치러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도 30~40대가 결집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이 나타날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아직은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선이 지난번처럼 이념 구도로 치러질 지, 경제발전, 국민통합 등 새로운 화두에 의해 승패가 갈릴 지 여부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한귀영 연구실장은 "지난 대선은 이념을 둘러싼 세대간 갈등이 커지면서 386세대가 대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줬지만 이번엔 아직 세대 대결 징후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2002년과 비교해 30~40대의 가치관이 이념과 도덕성 지향에서 실용적 개인주의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점은 이들이 과거와 같은 이념적으로 결집할 확률을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이념이 최대이슈가 안 될 경우 30~40대는 결집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가 복잡다기화되면서 이들의 지지성향도 지역, 직업, 소득계층별로 갈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로 평가하는 30~40대 유권자가 많아졌다는 점을 통해 입증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가야 옳은가"를 고민하기 보다 일상 생활에서 `먹고 사는' 문제와 개인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젊은층이 두터워졌다는 얘기다. 이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의식의 범보수화와 일맥상통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한국일보가 실시한 `국민의식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진보'라고 응답한 30대는 2002년에 비해 7.2% 포인트 줄어든 22.1%에 그친 대신 `중도'는 10.1%포인트나 늘어난 50.4%에 달했다. 40대에서도 자신을 `중도'로 평가한 응답자는 5년 전보다 7.2%포인트 증가한 45.1%를 기록했다.
30~40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사실상 이념에 집착하지 않는 실용주의에 기울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 같은 변화의 결과물이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대선후보의 지지율 고공행진이다. 그는 대선행보 초반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지지율이 뒤졌으나 지난해 추석 무렵 북핵 사태 등으로 위기 의식이 확산되자 그의 `경제지도자' 이미지를 선호하는 30~40대 지지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순식간에 선두주자로 뛰어올랐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 진영을 지지했던 30~40대의 이 같은 `말갈아타기'는 이른바 `이명박 대세론'에 불을 붙여 4~5월엔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이 50%를 넘나들기도 했다. 경제를 살릴 지도자라는 실용형 이미지와 함께 탈(脫)이념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이 30~40대에게 크게 어필한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가 이 연령대의 지지를 끝까지 안고갈 수 있을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오히려 갈 곳 없는 30~40대가 이 후보에게 잠시 머물러있을 뿐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는 이 후보의 도덕성과 재산 관련 의혹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7월말에서 8월 중순 사이의 지지율이 신유입층인 30~40대의 이탈에 타격을 받아 급격히 하락했다는 사실에서 어느 정도 증명된다.
KSOI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의 지지율이 48.3%에 달했던 4월말 40대와 30대의 지지율은 각각 51.2%와 49%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지만, 7월말에는 40대와 30대의 지지율이 평균지지율 36.1%에도 못 미치는 35.3%와 33.6%로 급락하며 전반적인 지지율 하락을 주도했다.
미디어리서치 조사 역시 4월 중순 이 후보가 39.2%의 지지율로 2위 박 전 대표(18.7%)를 2배 이상 따돌렸을 당시 40대와 30대의 지지율은 각각 46.5%와 40.1%였지만, 8월 중순(31.9%)에는 30대 33.9%, 40대 32.2%로 급격히 빠졌다.
따라서 향후 범여권 주자가 확정되고 이 후보의 도덕성과 재산 의혹을 둘러싼 검증 공세가 재개되면 30~40대 지지층의 `엑소더스'를 부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적지않다.
한귀영 실장은 "30~40대는 `묻지마 지지'가 아닌 철저한 의혹 확인을 통해 지지후보를 최종 결정하는 경향이 강한 만큼 대안 부재 속에 이 후보를 선택한 이들의 충성도 낮은 지지가 투표장까지 연결될 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고 진단했다.
김지연 이사는 "범여권 후보가 등장할 경우 이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충성도가 약한 호남과 젊은 층의 표가 이탈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특히 의혹 수준이었던 것들이 하나라도 사실로 입증된다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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