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통과 난망..미국도 마찬가지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노효동 기자 = 정부가 7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함에 따라 참여정부 최대의 통상정책인 한미 FTA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심판대에 올랐다.
하지만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여야는 한미 FTA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정부를 대신해 정치권에 대한 설득 작업에 나서줘야 할 여당조차 한미 FTA 추진 절차 등에 문제를 삼고 있어 올해 정기국회 회기내 비준동의안 통과 전망이 불투명하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한덕수 총리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한미 FTA의 필요성과 기대효과, 보완대책을 밝힌 데 이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이를 적극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 국회 통과 절차는
정부가 비준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지고 본회의에서는 재적 의원의 절반 이상이 출석해 투표 의원의 절반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국회 본회의 이후에는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하며 대통령의 비준을 거쳐 공포된다.
미국도 우리와 비슷한 절차로 비준동의가 진행되고 미국 행정부는 한미 FTA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빠른 시일에 통과되기를 바라고 있어 하반기 중 의회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행정부는 현재 표 계산을 하면서 통과가 가능한 제출 시기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가 한미 FTA 이행법률안을 의회에 제출하면 상.하원이 90일 동안 심의해 표결한다.
세부적으로는 미 행정부가 이행법률안을 제출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원 세입위원회 심의는 45일 이내에, 하원 본회의 표결은 60일 이내에, 상원 재무위원회 심의는 75일 이내에, 상원 본회의 표결은 90일 이내에 각각 이뤄져야 한다.
◇ 올해 국회 통과 난망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통과 전망은 상당히 불투명하다.
현재의 원내 역학 구도로 봤을 때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과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의 입장이 중요한 데 정부 대신 국회 설득 작업에 나서줘야 할 여당조차 한미 FTA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주신당 지도부인 오충일 대표와 김효석 원내대표는 한미 FTA의 사회적 공론화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이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큰 틀에서는 한미 FTA에 찬성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농촌 표를 의식해 부정적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여당이 총대를 메지 않는 상황에서 대선을 앞두고 야당이 한미 FTA를 위해를 발벗고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 농촌 출신과 진보성향 의원들이 주축이 된 초정파적 `비상시국회의'가 한미 FTA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할 계획이고 국정감사도 있어 물리적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통과가 힘들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은 아직 의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아 우리 의회가 서두르지 않아도 될 명분도 있다.
◇ 美의회 비준도 쉽지 않아
우리 국회 뿐 아니라 미국 의회 통과도 쉽지 않다. 미국 행정부가 아직 의회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제출하지 못한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한미 FTA 협상 주역들과 함께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미국에서의 비준도 어렵고 우리의 비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태식 주미 대사는 지난달 23일 미국 서부지역 의원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순회활동에 나서면서 "민주당이 장악하는 의회가 들어선 뒤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미국 의회의 비준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정부도 그 동안 여러 차례 미 의회의 비준이 간단치 않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해왔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 정치인들, 특히 의회 다수당이자 자동차노조 등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자신들의 지지기반에 타격이 될 수 있는 한미 FTA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외교가에서는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검토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개성공단 역시 걸림돌이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미 의회 내 한국 협의회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공화당)은 "개성공단 생산품을 한미 FTA 대상에 포함하는 데 강력히 반대하는 의원들이 저를 포함해 많다"면서 "한국이 개성공단 확장을 적극 도모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 쇠고기도 걸림돌
한미 FTA와 관련한 쇠고기 문제는 명분만 다를 뿐 양국의 공통 관심사다.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한미 FTA 비준과 관계없이 국민건강 차원에서 다룬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미국은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됐던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쇠고기 없는 한미 FTA는 없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해 왔다.
미국은 비준 절차에 본격 착수하기 전에 미국산 쇠고기가 자유롭게 한국에 수입돼야 순조로운 비준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히면서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지난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판정을 받은 뒤 이를 근거로 같은 달 25일 곧바로 우리나라에 현행 '30개월 미만, 살코기만'이라는 수입 위생 조건을 바꿔달라고 공식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측에서는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직접 나서 미국과의 수입 위생 조건 개정 협상을 벌여 추석 전에 수입 조건 개정을 마무리짓겠다고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에서 갈비뼈가 발견된데 이어 지난달 초에는 현행 수입 위생 조건상 특정위험물질(SRM)인 척추뼈가 발견되면서 미 쇠고기 검역 중단 조치가 내려졌고 양국 간 수입 위생 조건 개정 협상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정부는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이 미흡해 미 의회의 한미 FTA 비준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우리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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