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협상은 올바른 선택" 對 "탈레반에 승리 안겨"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 직접 협상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독일의 테러 문제 및 아프가니스탄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통해 인질 석방 합의를 이끌어낸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독일 공영 ZDF 방송의 테러 문제 전문가인 엘마르 테베센 부국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 직접 협상에 나선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결과적으로 올바른 선택이 됐다고 말했다.
테베센 부국장은 독일 정부도 대외적으로는 테러 단체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표명하고 있지만 과거 여러 차례 탈레반과 접촉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인질 협상 과정에서 독일 정부는 납치범에게 돈과 의약품을 건네준 적이 있으며 심지어는 탈레반 부상자를 치료해준 적도 있다고 밝히고 독일 정부는 철군 등 `큰 요구'는 들어주지 않지만 `작은 요구'에는 적극 응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아프가니스탄 전문가인 토마스 루티크는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 직접 협상한 것이 반드시 탈레반을 외교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것은 이미 인질극이 시작되기 전에 결정된 것이며 그런 점에서 탈레반이 얻은 것은 그리 많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일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한국 정부의 인질 석방 교섭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독일 야당인 녹색당의 국방담당 대변인인 빈프리트 나흐트바이는 한국인 인질이 석방된 것은 잘된 일이지만 정치적 수준으로는 "탈레반에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나흐트바이 대변인은 탈레반의 "터무니 없는 요구들"이 수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이 같은 결과는 인질 석방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한국 정부의 정치적 양보로 다른 나라들의 인질 석방 노력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번 인질 사태에 대한 한국의 태도는 테러 단체들이 더 많은 납치 행위를 하도록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슷한 시기에 아프간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된 독일인이 아직 풀려나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탈레반 간 협상 타결로 한국인 인질이 석방된 데 대해 독일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프간 인질 사태에 대해 독일은 처음부터 한국과 다른 입장을 취했다.
한국 정부는 즉각 아프간 주둔군 철수 의사를 표명한 데 반해 독일 정부는 테러 단체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아프간 주둔 독일군 철수 요구를 일축했다.
독일 정부와 언론은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 직접 협상에 나선 데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바 있으나 인질이 석방된 이후에는 이에 대한 비판을 삼가고 있다.
다만 독일 정부는 한국인 인질 석방에 독일인 인질 사태에 아무런 영향이 없으며 독일의 기존 정책에도 변화가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
독일 정부는 테러 단체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대외적으로 표명하고 있지만 아프간 정부와 현지 부족 원로를 내세워 탈레반 측과 인질 석방 교섭을 벌이고 있다.
인질 석방 교섭은 독일 외무부에 설치된 비상대책반이 전담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
한국인 및 독일인 인질 사태를 통해 탈레반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정치적 실체를 인정받게 된 것을 계기로 독일에서는 탈레반에 대한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토마스 슈테크 독일 정부 대변인은 최근 온건하고 합리적인 탈레반 정파 대표들은 아프간의 재건 및 화해 과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그 동안 테러단체인 탈레반과 협상을 거부해온 독일 정부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앞서 독일 대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사회민주당의 쿠르트 벡 당수는 지난 4월 아프간 카불을 방문해 아프간 평화과정에 탈레반을 참여시킬 것을 제의한 바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독일 대외 방첩기구인 연방정보국(BND)이 지난 2005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탈레반 대표들과 비밀리에 협상을 벌인 사실이 있다고 보도했다.
슈피겔은 독일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BND는 당시 탈레반과 직접 접촉했을 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등 서방 정보기관이 탈레반과 대화하는 것을 주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은 탈레반과의 대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파인 기독교사회당의 외교문제 전문가인 칼-테오도르 구텐베르크 의원은, 탈레반은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원자라고 꼬집고 "그들은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도 비인도적인 테러집단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텐베르크 의원은 "탈레반 내에 온건하거나 합리적인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아프간 정부와 국제사회는 탈레반에 대항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탈레반을 아프간 안정 및 재건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은 현실을 벗어난 처사"라고 강조했다.
역시 우파인 기독교민주당 소속 루프레히트 폴렌츠 하원 외교위원장은 대화 상대로 탈레반을 인정하는 것은 독일 등 국제사회의 아프간 임무의 도덕적 기반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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