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모스크바서 '코리아 판타지' 공연
(모스크바=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전율을 일으키는 무용수들의 신들린 춤사위로 한국의 샤먼에 홀린 느낌입니다."
'2007 한러교류축제' 일환으로 25일 밤(현지 시간) 모스크바 파블로프스카야 거리에 있는 테아트리움 나 세르푸호프카에서 열린 국립무용단의 '코리아 판타지' 공연은 세 차례 커튼콜을 받을 만큼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공연장을 빠져나오던 러시아 대중음악 작곡가 세르게이 사로킨(48)은 "남자들의 칼춤은 매우 역동적이었고 화려한 색채감을 보인 부채춤은 환상적이었다"면서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이번 공연 대미를 장식한 무속춤 '기도'는 아직도 샤먼의 세계에 홀린 기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할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그는 "음향과 춤동작에는 현대적 요소가 많았지만 작품 전체에 한국의 전통이 잘 녹아 있었고, 한국 춤이 예술적으로 깊은 뿌리를 갖고 있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연일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냉방시설이 가동되지 않는 '코리아 판타지' 공연장은 찜통과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1천여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은 한국 전통춤의 매력에 흠뻑 빠져 주요 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빨강과 파랑이 대비를 이루는 한복치마를 입은 여성무용수들의 집단춤 '진도강강술래'로 시작한 공연은 '춘향전'의 사랑이야기를 춤으로 그려낸 '사랑가', 한국적 가락을 춤으로 펼쳐 보인 '장고춤'과 '삼고무. 오고무', 한국 전통춤의 대표적 레퍼토리인 '부채춤' 등으로 이어지며 공연장을 축제분위기로 달궜다.
경상도 지역의 민속 구음을 배경음악으로 삼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유유자적 살아가는 선비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동래학춤'이나 황병기의 기야금곡 '밤의 소리'를 주제음악으로 삼은 '춘설' 등은 절제된 춤동작을 통해 깊고 고요한 동양의 정신을 표현해냈다.
창작춤 '신라의 기상'은 남성무용수들의 활달하며 조직적인 움직임을 통해 신라 화랑들이 검술을 익히는 장면을 역동적으로 그려냈고, 대나무와 솟대로 장식한 무대에서 전통 무속인들의 춤사위를 통해 우주와 인간의 상생을 기원한 제의형식의 작품 '기도'는 관객들에게 여러 차례 박수를 이끌어냈다.
국립무용단 배정혜 예술감독은 "러시아 사람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한국 전통예술을 폭넓게 감상할 수 있도록 그동안 국내외에서 검증된 10개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면서 "이미 널리 알려진 '부채춤'이나 '장고춤' 등 전통춤을 기본으로 삼았지만 '신라의 기상'이나 '기도'처럼 현대적 춤동작을 가미한 창작품을 통해 한국춤의 과거와 현재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ckch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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