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사건 유족 "추모사업이 마지막 남은 일">

  • 등록 2007.08.21 1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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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 "이제 숙제가 거의 끝난 것 같아요. 배상금은 희생자들 추모사업에 쓰고 싶습니다"

`사법살인'으로 일컬어지던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인혁당)' 사건 희생자들에게 법원이 재심 무죄 판결에 이어 21일 거액의 국가배상 판결을 내리자 사형자 8명 중 1명인 고(故) 하재완씨의 부인 이영교(70)씨는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올해 초 선고된 무죄 판결이 32년간 누명을 벗지 못한 고인 8명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이었다면 이날 배상 판결은 오랜 세월 `간첩 가족'으로 낙인찍혀 고통당해 온 유족들에게 실질적인 피해회복이 이뤄졌다는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이씨는 너무도 뒤늦게 명예회복이 이뤄져서인지 기쁜 마음 보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미안함이 앞서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오늘 배상 선고 직후에는 왜 그런지 눈물이 안나고 어지러워서 유가족 사무실에 멍하니 앉아 있었어. 남편은 고문을 당하고 사형으로 떠났는데 이제 와서 돈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나 봐.."라고 담담히 말했다.

요즘 들어 이씨는 자꾸만 남편이 공안당국에 붙잡혀 세상을 떠났을 때나 이후 온갖 수모를 참으며 살아왔던 인생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머릿 속을 스쳐간다고 했다.

"남편이 1974년 목욕간다고 나가서 안들어왔는데 느닷없이 군사법정에 가 있다는 거야. 큰아들이 15살, 막내가 3살이었는데.. 법정에서 검사의 위협에도 고문 사실을 증언했던 당당한 남편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

그는 "사식이라도 넣어주려고 교도소에 면회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는데 알고 보니 사형이 집행됐더라"며 "당시 가정주부를 둘 정도로 안정적인 생활을 했었지만 남편이 떠난 뒤 보따리 장수에 참기름을 팔면서 살았다"고 고통스러웠던 삶을 회고했다.

이씨는 "사법부가 이제라도 제자리를 찾았으니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냐"면서 "이제 자식들도 다 키웠으니까 우리가 떠나더라도 사람들이 인혁당 사건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마지막 힘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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