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 1급 딛고 홀로 밤샘 편집
피랍 제창희씨, 풀려난 김지나씨와 절친한 사이
(성남=연합뉴스) 심언철 기자 = "창희 형...형도 지나 누나처럼 몸 건강히 돌아오세요."
탈레반 무장세력에 억류됐다 풀려난 김경자(37).김지나(32)씨가 귀국한 뒤 이틀이 지난 19일 남은 피랍자 19명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다섯번째 UCC '600시간만의 석방, 그리고 끝나지 않은 기다림'이 공개됐다.
이날 공개된 2분40초짜리 동영상에는 그동안 피랍자 가족들의 피말리는 기다림과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의 죽음, 지나.경자씨 석방에 따른 기쁨과 안도 등 지난 한달간 가족들이 겪었던 감정의 기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 동영상의 편집자는 억류돼있는 제창희씨와 풀려난 김지나씨와 절친한 이명구(32)씨로 그는 선천성 뇌병변장애로 지체장애 1급 장애우다.
이씨가 혼자 만들어낸 이 동영상에는 그가 한달간 가족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느낀 안타까움과 수년간 절친하게 지낸 창희씨와 지나씨에 대한 마음이 절절히 녹아있다.
왼쪽 팔다리를 모두 쓰지 못하고 일반적인 대화가 힘들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이씨가 혼자서 온전치 않은 오른손만을 이용해 동영상 한편을 편집하는 것은 남들보다 몇배 어려웠다.
20일 샘물교회 1층에 마련된 1평 남짓한 편집실에서 이씨는 완전히 펴지지 않는 오른손으로 키보드를 두들겨 "힘들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동영상을 공개해 많은 이들에게 호소하고 싶은 생각에 이틀밤을 꼬박 새가며 편집을 계속했다"고 의사를 표시했다.
이씨는 이어 "영상을 제작하며 창희형과 지나 누나 얼굴을 계속 떠올렸다"며 "그동안 '가족 호소문 UCC' 제작과 편집에 참여하며 그들을 잘 아는 제가 동영상을 제작하면 가족들의 안타까움을 조금이나마 더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영상 제작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씨의 이런 마음이 전해져서인지 국내외 UCC 전문 사이트에 공개된 다섯번째 석방호소 동영상에는 기존 동영상들과 달리 "안타깝다.하루빨리 돌아오길 기원하겠다"는 반응 일색이다.
기존의 동영상들에 격려성 댓글 못지않게 악성 댓글이 많아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과 대비된다.
평소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관심이 많아 8년 전부터 동영상 제작.편집 과정 등을 독학하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이씨는 샘물교회 방송팀에 함께 속해있는 지나씨와 특히 친분 관계가 두터웠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학 강의를 맡고 있는 지나씨와 관련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른 이들보다 쉽게 친해졌다고 했다.
또 교회 청년회 소그룹에서 만난 창희씨는 몸이 불편한 이씨를 편견없이 항상 똑같이 대하며 남모르게 어려운 일을 돕는 둘도 없는 형이었다.
"주말마다 예배가 끝나면 창희 형이 항상 지하 식당까지 함께 내려가 제 것까지 식사를 타와 함께 식사를 하곤 했어요. 몸이 불편해 많은 대화는 할 수 없었지만 미소만으로도 서로 생각해주는 마음을 알 수 있었죠"
앞으로도 남은 19명이 모두 돌아올 때까지 가족들을 도우며 UCC 제작을 계속하겠다는 이씨는 "창희 형 어머니가 한달간 제대로 식사도 못하고 잠도 못 주무시는 것을 지켜보며 가슴이 특히 많이 아팠다"며 "형이 하루 빨리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부둥켜안는 감동적인 장면을 담은 UCC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press1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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