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 정부 석방 전략은

  • 등록 2007.08.17 0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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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ㆍ미 정부에 협조 촉구.탈레반과 대면접촉

10월 라마단前 특별 사면 여부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 아프가니스탄으로 봉사활동을 떠난 한국인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지 18일로 한달째에 접어들고 있다.

정부는 사건 초기에 조중표 외교통상부 제1차관과 문하영 전 우즈베키스탄 대사 등을 아프간 현지에 급파해 탈레반과의 교신채널을 마련하고 최근에는 대면 접촉에 나서는 등 피랍인질 석방을 위해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 등 피랍자 2명이 희생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으나 김경자씨와 김지나씨 등 여성인질 2명을 무사히 석방시키는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아직도 19명의 생명이 탈레반의 손에 달려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남은 인질의 생환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초기 대응 = 조중표 차관과 문하영 대사 일행이 아프간 현지로 날아간 것은 한국인 피랍소식이 국내에 전해진 다음날인 지난달 21일이다.

2004년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무참히 살해될 당시 대처에 미숙했다는 논란에 시달렸던 정부는 3년 만에 다시 터진 초대형 피랍사태에 조기 총력대응 태세로 나선 것이다.

정부는 아프간 현지에 대책본부를 설치하는 한편 외교부 본부에도 김호영 제2차관 중심의 대책반을 가동해 아프간 현지에서 시시각각 전해오는 소식과 정보를 분석, 현장을 지원하는 체제에 돌입했다.

세계의 피랍사건 사례를 수집해 체계적인 연구를 하고 국내외 협상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면서 타개책을 마련하는 것이 국내 대책반의 몫이었다.

아프간 현지의 대책본부는 곧 탈레반 측과의 교신채널을 열고 피랍자들의 안위와 석방조건 등을 놓고 간접 협상에 들어갔고 미국과 아프간 정부 등 우방의 협력도 이끌어내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였다.

수감포로 8명과 피랍자 맞교환을 요구하며 수차례 협상시한을 변경하는 지능적 전술을 구사해온 탈레반은 급기야 같은 달 25일 봉사단원들을 인솔한 배형규 목사를 총기로 살해, 우리 정부를 더욱 압박했다.

첫 희생자가 발생하자 큰 충격에 휩싸인 정부는 이틀 뒤인 27일에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을 보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면담토록 하는 등 인질석방에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방위 `외교'를 강화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같은 달 31일 심상민씨마저 살해하는 극악한 행태를 만천하에 과시, 온국민을 분노에 휩싸이게 했으며 그 분노는 급기야 우리 정부의 `무능함'에 대한 지탄으로 이어졌다.

◇군사작전 억제 및 대면접촉 = 피랍인질 2명이 어이없이 희생되자 일각에서는 군사작전으로 인질을 구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특전사와 해병대 병력이 어느 정도 동원되면 탈레반 무장세력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까지 나오자 정부는 더욱 초조해질 수 밖에 없었다.

만약 군사작전이 개시되기라도 한다면 3∼4명씩 여러 그룹으로 분산 억류된 인질의 상당수가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게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국과 아프간 정부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감행해서는 안된다고 설득하고 나서야 했다.

실제로 지난 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14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존 네그로폰테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군사작전을 제외한 가용한 모든 수단의 동원으로 사태를 풀어간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곧이어 아프간 정부도 "한국의 동의없이 인질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군사작전 개시설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위성전화 등을 통해 탈레반과 지속적으로 접촉, 지난 10일 인질이 억류된 가즈니주의 주도인 가즈니시티 적신월사 건물에서 탈레반과의 첫 대면접촉을 성사시켰다.

인질-수감포로 맞교환 요구를 굽히지 않는 탈레반 대표단을 상대로 현지의 우리 대표단은 밀고당기는 줄다리기 끝에 병세가 위중하다고 전해졌던 여성 피랍자 2명을 사건발생 26일만에 석방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향후 전망 = 여성 인질 2명의 석방으로 한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피랍자 19명이 여전히 탈레반에 억류된 상태다보니 정부는 `진짜 협상은 지금부터'라는 자세로 인질석방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는 아프간 정부를 설득, 죄질이 무겁지 않은 탈레반 수감자들을 사면이나 보석 등 형식으로 풀어주도록 협조를 구하고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탈레반이 여성 2명을 풀어주는 유화 제스처를 취한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측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추후 인질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리 정부가 아프간 정부에 재건사업 지원 등을 약속한다면 형기만료를 앞둔 탈레반 죄수를 풀어주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낙관적 전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아프간 정부가 공식적으로 `탈레반 수감자 석방은 없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고 탈레반도 `맞교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인질을 추가 살해하겠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우리 측에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고위 당국자도 여성 2명이 풀려난 직후 "나머지 국민의 석방을 위해 계속 노력을 하겠다"면서도 향후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망할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슬람의 금식기간이자 축제인 라마단이 10월 초라는 점을 거론, 그때가 인질협상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슬람권에서는 라마단을 앞두고 재소자를 풀어주는 전통을 갖고 있어 아프간 정부로서도 수감포로를 석방할 명분을 가질 수 있고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탈레반에도 인질을 풀어줄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중동학회 회장 장병옥 한국외대 교수는 "작년에 이라크 정부가 라마단을 앞두고 수감자 1천여명을 석방한 사례가 있다. 우리 대표단과 탈레반측의 협상이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인질사태가 라마단 때까지는 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관측했다.

한달째 접어드는 피랍사태. 단일 피랍사건으로는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번 사태를 맞아 우리 정부가 한편에서는 탈레반을 직접 상대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아프간과 미국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내면서 남은 인질 19명을 무사히 석방시켜낼지 주목된다.

freem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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