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각국 증시의 동반 폭락 등 세계적인 금융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엔화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리스크를 피하기위해 달러를 팔고 엔화를 되사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주가가 폭락세로 출발하자 달러당 엔화 가치가 한때 112.01엔까지 치솟는 등 초강세 현상이 이어졌다. 뉴욕 시장에서 엔화가 112엔대로 거래되기는 작년 6월 5일 이후 약 1년 2개월만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불거진 뒤 엔화 가치가 무려 10엔 가량 급등한 것이다.
현지 시간 오후 5시 현재는 전날보다 2엔 이상 오른 달러당 113엔대 후반에서 거래됐다.
엔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이며, 한때 1유로당 150.03엔까지 가치가 올랐다. 작년 11월3일 이후 약 9개월만에 최고치다.
최근의 이 같은 가파른 엔화 강세는 투자자들 사이에 그동안 금리가 낮은 엔을 팔아 달러 등 고금리 통화를 매입해 운용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엔화의 향후 추이에 대해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세계적인 신용경색 우려가 가시지 않는 한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 회피를 위해 엔화를 서둘러 매입하려는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시장에서는 "주식시장의 폭락 장세가 진정되기 전 까지는 해외 펀드 등 투기세력과 일본의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엔화를 되사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며 달러당 110엔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급격한 엔화 강세는 일본 증시의 폭락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호조와 엔화 약세를 배경으로 사상 유례없는 호실적을 냈던 일본 기업들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도쿄 증시에서는 연일 폭락세가 이어지며 닛케이 225종목 평균지수가 16일 한때 1만6천 선이 무너졌다. 장을 마감한 16,148.49 포인트는 지난해 11월 29일 이후 최저치다.
이날 증시에서는 신용경색 우려로 투자펀드 등이 금융주 보유비율을 낮추면서 은행, 증권주에 매물이 집중된 가운데 엔고로 일본 기업의 수출 채산성 악화가 우려됨에 따라 도요타자동차, 혼다 등 수출 관련주의 내림폭이 컸다.
일본 주요 수출기업들은 대체로 당초 금년도 예상 환율을 달러당 115엔대로 잡았으나 그동안 엔화 약세가 지속되자 예상 환율을 다소 높게 수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금처럼 115엔대를 밑도는 엔고가 계속될 경우 실적에 차질을 줄 가능성이 크다.
도요타자동차는 금년도 예상 환율을 115엔으로 잡고 영업이익을 2조2천500억엔으로 책정해놓고 있어 1엔이 떨어질 때마다 350억엔의 영업이익이 줄게 된다. 또 117엔을 상정한 혼다자동차는 1엔 하락시 200억엔, 120엔으로 책정한 캐논은 48억엔의 영업이익 차질을 빚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lh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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