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6일 외국인이 하루에 사상 최초로 1조원 이상을 순매도하는 매물 공세를 편 가운데 125.91포인트(6.93%) 내린 1,691.98으로 마감하며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136.18포인트까지 떨어지는 등 증시는 아연 패닉 상태에 빠졌다.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의 환율도 크게 치솟았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화로 국제금융시장이 일대 혼돈에 빠지고 그 파급효과가 국내에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말하자면 미국발(發) 내지 세계발(發) 악재라고나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내 정책 당국의 대응 수단이 크게 제약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글로벌 파고에 맞서는 최고위 정책당국자들의 대응은 정말 서투르기 짝이 없다. 과연 이런 `아마추어'들에게 금융정책을 맡겨도 되나 하는 의구심과 함께 이러다 정말 제2의 외환 위기를 맞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 정도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4일 재경부 웹사이트의 직원게시판에 올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를 다녀 와서'라는 글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청산 가능성을 들먹이며 느닷없이 제2의 환란을 경고하고 나섰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로 차입한 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것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위험요인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수익을 추구하던 엔 캐리 자금이 급격하게 청산될 경우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이 닥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권 부총리의 경고는 그러나 바로 전날 김석동 재경부 제1차관이 국민과 시장을 안심시키며 내놓은 설명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김 차관은 긴급 소집된 금융정책협의회를 주재한 뒤 "현 단계에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나 세계 금융시장 상황이 국내 금융시장이나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잘라 말했다. 영향이 `제한적'인 것과 `제2의 환란이 우려될 정도'라는 것은 차이가 너무 크다. 권 부총리가 그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위험을 강조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에 비춰 볼 때 썩 신중한 발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임영록 재경부 제2차관이 16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나타날 수 있어 선제적으로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권 부총리 발언의 파문을 서둘러 수습하려 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한 나라의 최고 정책당국자쯤 되면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정책 대안을 강구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런 생각을 함부로 발설해서는 곤란하다. 조금만 건드려도 크게 반응하는 게 시장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시장에서는 현 상황은 해외 요인에서 비롯된 투자심리 악화에 따른 것으로 정책당국자들의 발언에 좌우될 단계는 지났다며 애써 그 의미를 축소했지만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정책당국자들은 자칫 한마디 실수로 커다란 함정에 빠질 수 있음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번 제2기 신도시 건설 계획 발표 당시에도 섣부른 발언으로 큰 혼선을 초래하지 않았던가. 최고 엘리트 경제관료들의 집단인 재경부에서 이런 일이 자주 생겨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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