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텃밭 `TK'서 혈투>

  • 등록 2007.08.14 17: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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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TK 대표주자" 향심 경쟁



(대구=연합뉴스) 이승관 안용수 기자 = "대구.경북의 딸이 고향에 왔다"(朴), "알고 보면 내가 진짜 `TK'(대구.경북)다"(李).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가 14일 '텃밭' 대구에서 격돌했다. 경선을 닷새 앞두고 이날 오후 대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12차 합동연설회에서 두 사람은 서로 TK의 대표주자임을 자임하며 불꽃튀는 연설대결을 펼쳤다.

신경전은 행사시작 전부터 시작됐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행사 직전 귀빈 대기실에서 잠시 얼굴을 마주 했으나 냉랭한 표정으로 애써 외면했다.

다소 늦게 대기실에 등장한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박관용 당 경선관리위원장이 "이쪽으로 오시라"면서 자리를 양보하자 "괜찮다. 괜히 선관위원장 자리를 빼앗았다는 소리만 듣는다"며 굳이 박 전 대표와 멀리 떨어진 자리를 택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서로 눈길을 피한 채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모두 연설의 첫 부분을 TK와의 연고를 강조하는 것으로 시작하며 지역 표심을 자극했다.

`대구 좀 살려주이소. 대구.경북을 살릴 대통령'이란 제목의 영상물을 앞세우고 연설대에 올라선 이 전 시장은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대구지역 경제를 살릴 갖가지 공약을 제시한 반면, 박 전 대표는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 대한 지역민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략으로 맞섰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흑백영상이 실린 영상물로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한 박 전 대표는 `아재'(아저씨), `아지매'(아주머니) 등의 구수한 사투리까지 구사해 눈길을 끌었다.

경북 포항이 고향인 이 전 시장은 "나보고 경상도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데 저 포항 동지상고 야간부 출신이다. 제 어머니는 반야월의 조그만 과수원집 딸이고 저희 집사람은 여수천 초등학교와 대구 여중고를 나온 대구 사람이다. 내가 진짜 TK다. 말할 수 없는 순종"이라면서 TK 연고를 강조했고, "고향을 위해 일 좀 하겠다"고도 말했다.

달성군이 지역구인 박 전 대표는 "대구.경북의 딸이 경선을 5일 앞두고 고향에 왔다. 제가 어려울 때 여러분은 두 팔로 저를 따뜻하게 안아줬고 대구 서문시장과 칠성시장 아재, 아지매들이 저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줬다"면서 "이제 여러분이 주신 용기와 힘으로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여러분 앞에서 섰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두 사람은 또 어릴 적 가난과 부모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향심'(鄕心)과 `효심'(孝心)을 자극했다.

이 전 시장은 "비록 좌판을 놓고 장사를 하면서 살았지만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워 하는 저에게 반야월 출신 부모님(어머니)은 `부끄러워 말고 당당하게 살라'고 말했다"면서 "가난한 부모였지만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 어머니였다"고 강조했다.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이미지의 박 전 대표는 "저 박근혜는 평범한 가정에서 보통 사람이 누리는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살았다. 남편 자식과 함께 따뜻한 밥상에 둘러 앉는 기쁨은 내 것이 아니구나 하고 일찌감치 접었다"면서 "아버지, 어머니의 피묻은 옷을 눈물로 빨면서 내 운명은 따로 결정돼 있구나 생각했다. 이 한몸 조국과 국민을 위해 살기로 했다"고 역설했다. 박 전 대표는 아버지, 어머니를 언급하는 대목에선 가끔 목이 메인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두 주자 지지자들도 `텃밭에서 만큼은 밀리지 않겠다'는 듯 어느 유세 때보다 치열한 세대결을 펼쳤다. 4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행사장에는 7천여 명이 몰려들어 통로와 난간까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지자들은 연설회가 끝난 이후에도 곧장 해산하지 않고 두 주자가 참석한 가운데 응원전을 펼쳤다.

이 전 시장은 연설회장 안에 남아있던 1천여 명의 지지들과 함께 직접 율동과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한껏 달궜고 박 전 대표는 연설회장 밖에서 책상 두 개를 붙여 임시로 만든 연단에 올라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하는 1천여 명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풍물패 등을 동원해 흥을 돋웠고, 대구여성지도자 100여 명은 즉석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는 연설회 후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상인으로부터 "어머니 제사에 올리라"며 쇠고기를 깜짝 선물 받아 눈길을 끌었다. 서문시장 상인들은 즉석에서 물건을 담는 상자로 표지판을 만들어 `박근혜 사랑합니다', `정직한 박근혜 대통령' 등의 문구를 적어놓고 응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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