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 지난달 참의원 선거 참패 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자세가 달라졌다.
지난해 9월 취임 후 줄곧 '아름다운 나라', '전후체제 탈피' 등 이념적 구호를 부르짖던 아베 총리가 '반성' '책임' '협력' 등의 말을 연발하고 있다.
자민당 역사상 2번째의 참패로 참의원내 제1당 자리를 내준 뒤 당안팎에서 퇴진 요구가 거세지자 '저자세 노선'을 통해 상황 반전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베 총리는 선거후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쓰고 있다. 선거 참패에 대해서도 "당연히 나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치자금 문제로 경질한 아카기 노리히코(赤城德彦) 전 농수산상에 대해서도 대응에 소홀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했다.
아베 총리는 또한 민주당 등 야당과의 협력도 강조하고 있다. 선거전만해도 중.참 양원내 다수의석을 활용, 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일사천리로 법안 등을 강행 처리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인도양에서 미.영 군함 등을 상대로 급유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해상자위대 활동의 근거가 되고 있는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의 기한 연장 문제를 놓고서도 "민주당에 협력을 요청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선거전 아베 총리는 민주당에 대해 "미지근한 체질의 노조 지지를 받고 있는 당에 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며 강력히 비난했었다. 이런 아베 총리에 대해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는 테러특조법 연장을 반대하는 등 내각 해산을 목표로 총공세를 펼칠 기세다.
아베 총리의 입에서 '아름다운 나라'와 '전후체제 탈피' 등의 구호가 지난달 29일 선거 참패후 거의 사라진 상태다.
연금 문제와 양극화 등 실생활 문제에 관심이 있던 국민들에게 '아름다운 나라'와 같은 공허한 구호가 지지층을 이탈시켰다는 당내 비판이 잇따랐다.
아베 총리의 노선 전환은 선거 참패 후 총리직을 지키고 있는데 따른 비난 여론으로 내각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등 상황이 불리해지자 일시적인 전술적 변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선거 참패 원인을 정부의 연금기록 부실 관리와 정치자금 탓으로 돌리면서 "내가 그동안 취해온 개혁의 방향성이 거부를 당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아베 총리는 앞으로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전개된다면 헌법개정과 교육개혁, 공무원제도 개혁 등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극우적 정책들을 다시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리는 11일부터 시작된 일본의 전통 명절 연휴인 '오봉 야스미'도 반납한 채 총리 관저에서 근신하고 있다.
lh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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