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아프간-파키스탄 '평화 지르가'(Peace Jirga)가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불참 선언으로 결국 '반쪽 행사'로 전락하게 됐다.
파키스탄 내 이슬람 정치지도자들과 부족 원로들에 이은 무샤라프 대통령의 불참 선언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주선으로 지역 평화 정착을 기대했던 애초 행사의 취지에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정치 분석가들은 파키스탄 정보부(ISI)의 개입과 부적절한 돈거래 등을 이유로 이번 회의의 정체성을 의심하고 있어 이번 지르가에서 한국인 인질석방 관련 돌파구 마련은 기대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샤라프 불참 선언..반쪽 대회로 전락 = AFP, AP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외교부는 8일 발표한 성명에서 무샤라프 대통령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샤우카즈 아지즈 총리를 대신 보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는 무샤라프 대통령의 불참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이번 행사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열리게 된 점을 감안하면 무샤라프 대통령의 이날 '깜짝 선언'은 최근 반테러 국제공조를 놓고 껄끄러워진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가 원인이 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은 파키스탄이 알-카에다 등 테러집단이 세력을 회복할 수 있는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파키스탄 정부를 몰아세웠고 이에 대해 파키스탄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발해왔다.
또 남아시아에서 인도와 군비경쟁을 벌여온 파키스탄은 최근 미국이 인도와 민간 핵협정을 맺은 데 대해 대놓고 불만을 표시해온 터여서 이러한 주변 여건이 무샤라프의 불참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더욱이 무샤라프의 불참 선언은 파키스탄 내 주요 이슬람 정치지도자와 부족 원로들의 지르가 보이콧 선언에 이어 나온 것으로 사실상 이번 대회를 '반쪽'으로 전락시키는 치명타가 됐다.
앞서 파키스탄 정치인 가운데는 이슬람 정당인 '자미아트 울레마-에-이슬람'(JUI-F)의 마울라나 파잘우르 레흐만 총수를 포함해 6개 이슬람 야당연합체인 MMA 지도자들이 불참을 선언했고 테러의 근거지로 지목받아온 남ㆍ북와지리스탄과 국경지역 부족장들도 지역 정세와 탈레반 불참 등을 이유로 참가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정치분석가들 부정적 전망 일색 = 이에 따라 아프간 정치 분석가들도 평화 지르가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들은 파키스탄 야당연합체 지도자들의 대규모 불참 선언으로 회의 자체의 의미가 퇴색했으며 남아시아 지역 분쟁에 깊이 간여했던 ISI의 개입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아프간 정치분석가이자 작가인 와히드 무즈다는 이번 지르가가 지역 평화 정착에 일정부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이런 기대가 부족 지도자들의 잇단 보이콧 선언으로 퇴색했다고 지적했다.
무즈다는 "파즐우르 레흐만을 비롯한 파키스탄 이슬람 정당 지도자들이 모두 불참을 선언한 만큼 이번 회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며 "또 불참을 결정한 부족 원로들과 의원들은 이번 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프간 정부는 국경 산악지대에 알-카에다와 탈레반이 훈련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해왔다"며 "따라서 이 지역 출신들이 회의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지르가를 개최해 얻는 이득이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또 '아프간내셔널'의 무하마드 하산 울레스말 편집장은 이번 회의 참가자 가운데 ISI 요원들이 포함돼 있고 일부 부족장을 동원하는 과정에 돈 거래가 오갔다는 점에서 지르가의 순수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지르가는 아프간 입장에서 보면 어떤 돌파구도 마련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아프간 측 대표단 가운데 상당수는 참가비 명목의 돈을 받았고 일부 인사들은 ISI에 가까운 인사들로 채워졌다"고 주장했다.
울레스말은 "내가 이름을 대면 스스로 당황할 사람들이 많이 있다. 어떻게 그들이 아프간의 이익을 진전시키겠는가"라며 "특히 남아시아 지역 파괴에 간여해온 ISI는 결코 지르가의 성공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문제 연구소인 RSC의 압둘 카푸르 레왈 소장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MMA 사무총장 등의 불참은 평화 지르가 성공의 장애물"이라면서 "다만 지역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 자체는 진전"이라고 애써 의미를 부여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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