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2000년 6월13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전 수일 동안 국내 증시는 전례 없는 초강세를 나타냈다. 남북 관계 개선에 따른 국가 신인도 상승과 남북 경협 수혜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틀 뒤 6월15일에는 본회담과 함께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면서 전국적으로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발표한 그해 4월10일 이후 회담 개최일까지 주가는 하락세를 나타냈으며, 특히 정상회담과 남북공동선언 발표 당일에는 재료가 소멸되면서 폭락세를 연출했다. 그러다 정상 회담 1개월 뒤에는 안정을 회복을 했다.
8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2000년 남북정상 회담이 열리기 2주 전인 5월29일 655.93에서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전날인 6월12일 845.81로 9거래일 동안 189.88포인트(28.95%)나 급등했다.
하지만 발표일인 4월10일(870.17)부터 회담 개최 전 2개월 동안 코스피지수는 2.80% 내렸다. 특히 회담이 시작된 6월13일은 804.45로 41.36포인트(4.89%) 급락했으며 다음 날 잠시 반등한 뒤 본회담이 열린 6월15일에는 770.95로 다시 48.32포인트(5.9%) 떨어졌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점차 반등하기 시작해 1개월 뒤인 7월14일에는 827.95로 회담일 대비 7.39% 반등했다.
코스닥지수는 발표일부터 회담 시작 직전까지 2개월 간 25.48% 떨어졌으며 회담 후에도 1개월 동안 5.75% 추가로 하락했다.
이 같은 증시 반응은 무엇보다 IT 버블기에서 벗어나고 있던 당시의 증시 상황과 불안정한 투자 심리가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00년 코스피지수는 연중 최고치로 출발한 뒤 1년 내내 내림세를 지속, 연중 하락률이 50.9%에 달했다.
아울러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 관련 이슈나 이벤트들은 증시에 단기적이고 심리적인 영향만 미칠 뿐 장기적인 흐름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이달 28~30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2000년 회담 때도 증시는 이벤트보다 경기와 펀더멘털을 우선적으로 반영했다"며 "이번에도 단기적으로 심리적 호재로 작용할 수 있고 진행 여부에 따라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가 신인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되지만, 지나치게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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