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기자실 폐쇄 조치에 이어 각 부처가 언론에 요청한 비보도나 엠바고(보도유예)를 어기고 기사를 게재한 언론사에 대해 직접 제재를 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정부 부처의 정례 브리핑에 6개월 평균 주 1회 미만으로 참석한 언론사 기자에게도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국정홍보처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취재지원에 관한 기준안(총리훈령)'을 준비해 각 부처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말 확정할 예정이다. 기준안에 따르면 정부는 홍보처 차장과 각 부처 정책홍보관리관들로 구성된 '취재지원 운영협의회'를 만들어 브리핑제 운영에 관한 논의, 비보도 및 엠바고 설정 등을 담당하게 할 계획이다. 그러나 우리는 묻고자 한다. 언론사들이 알아서 할 일을 정부가 이토록 관여할 필요가 있는가.
비보도나 엠바고는 취재원과 언론 간의 신사협정이다. 정부 부처가 비보도나 엠바고를 요청할 경우 기자단은 협의를 통해 국익 등과 관련해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 이를 수락한다. 비보도나 엠바고 원칙을 정한 이상 해당 언론사들은 이를 지켜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기자단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이번 기준안에 의하면 정부가 비보도나 엠바고를 파기한 언론사에 대해 일정기간 자료 제공이나 인터뷰 거부 등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엠바고를 설정하고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직접 제재를 가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기자들을 공무원 다루듯해서는 안된다.
브리핑도 마찬가지다. 이번 기준안에 따르면 출입기자 등록을 한 기자에 대해 6개월 단위로 점검을 해서 주1회 이상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해당 부처 출입을 제한하고 출입증을 반납하게 된다. 브리핑에 참석하고 안 하고는 전적으로 기자나 언론사의 판단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기자 자신이 브리핑 내용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사정이 있으면 참석하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마련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인 전자브리핑 제도의 도입 취지대로라면 기자가 반드시 출입처 정례 브리핑에 올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무시하고 브리핑에 불참했다고 해서 부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이다.
언론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계획대로 지난달 27일부터 브리핑 룸 통ㆍ폐합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사는 이달 말 완료할 계획이다. 전자브리핑 시스템 구축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준안에는 언론사에 대한 제재만 포함됐을 뿐 언론계가 요구해 온 취재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은 공무원에 대한 제재 규정은 들어 있지 않다. 당장의 취재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 규정부터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더 이상의 '언론 통제'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언론 정책의 문제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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