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고향에 내려가 농업인으로서 성공하고 싶다"
농민운동가 출신으로 지난 2005년 1월 5일 농업인들의 기대와 환영 속에 장관직에 올랐던 박홍수 농림부장관이 2년7개월여만에 물러나 농업 현장으로 돌아간다.
박 장관은 6일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인사권자(대통령)는 물론 총리와도 입장 정리가 끝났다"며 사임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박 장관에 따르면 그는 지난 4월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직후부터 계속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기회있을 때마다 청와대측에 전달해왔다. 그러나 FTA의 가장 큰 피해 분야인 농업부문의 대책을 한창 마련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교체 시점을 잡기가 여의치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도 아프간 인질사태 등으로 말씀(사의)을 꺼내기가 어렵지만,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해 최근 2~3일전 다시 사의를 밝혔고, 오늘 오전에 최종 결정을 통보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번에는 청와대도 '적절한 때'가 됐다는데 동의했다.
장관의 임기에 제한은 없지만, 다른 부처나 역대 장관들과 비교해 우선 박 장관의 임기가 현재 꽉 차있다. 박 장관의 재임 기간 2년7개월은 현재 참여정부 안에서 최장수다. 지난 2005년 6월 취임한 장하진 여성부 장관보다도 길다. 역대 농림부장관 가운데서도 박정문 장관(82년 5월21일~85년 2월18일) 이후 두 번째 장수를 누리고 있다.
또 업무 공백 등의 측면에서도 상황이 나쁘지 앟다. 일단 한미FTA가 타결됐고, 대책의 골격도 어느 정도 갖춰져 농림부로서는 가장 큰 고비를 넘긴 상태기 때문이다. 박 장관 역시 "이제 한미FTA 대책의 큰 틀은 다 잡혀있어 그만 두는 것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FTA 대책을 위한 재원 마련 등의 진짜 난제가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 장관의 사임이 '당연한' 것만은 아니다.
때문에 정부안에서는 박 장관이 그동안 FTA 추진 등의 과정에서 재경부나 외교통상부 등의 거센 '개방 논리'에 밀려 끊임없이 한계에 부딪혀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것은 미국산 쇠고기 검역 문제와도 무관치않다.
박 장관은 한미FTA 타결을 앞두고 쇠고기 개방 문제가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당시 "지금 뼛조각 문제로 농림부를 공격하는 사람들 가운데 나중에 검역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경을 비치기도 했다.
개인적 건강 문제도 사임의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 장관은 재임 중 가벼운 심장 수술을 받은 뒤 현재까지 약을 복용하고 있다. 박 장관 스스로도 "개인적으로 건강에는 정말 자신이 있었는데, 장관직을 너무 오래하다보니 지쳤다"고 말할 정도다.
농민출신답게 그 어떤 장관보다 '현장'을 강조했던 박 장관은 떠나면서까지 농민들, 현장의 요구를 마음처럼 충분히 들어주지 못한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우리 농업계가 지금 한미FTA다, 미국산 쇠고기다 여러가지 현안들로 답답한데, 내가 이것을 시원하게 뚫어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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