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접촉 내용.형식 관련 사전 준비에 만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의 중대한 갈림길이 될 수 있는 탈레반 측과의 대면 접촉에 대해 4일 현재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상대방인 탈레반 측이 접촉의 장소, 조건 등에 대한 입장을 적극 공개하며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직접 접촉 계획에 대해 대외적으로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접촉이 이뤄질 것을 대비해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가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크게 두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테러단체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국제관례를 깨면서까지 직접접촉에 나서는 만큼 접촉이 이뤄질 경우 반드시 긍정적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점과 탈레반 측과의 접촉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갖는 `국격(國格)'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는 우선 탈레반 측이 정부와의 접촉을 통해 종전 입장을 바꿀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 치밀한 탐색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번 접촉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탈레반 측이 다시 인질 살해를 위협하며 압박해올 수 있는 만큼 상호 입장 차만 확인하는 접촉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만약 탈레반 측이 `한국이 할 수 있는 요구를 하라'는 정부의 메시지에도 불구, 수감자-인질 맞교환 요구를 고수할 경우 정부로서는 접촉을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게 많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런 만큼 정부는 대면 접촉에 앞선 사전 교신을 통해 대화를 통한 상호 입장 절충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 무렵 탈레반 측과 대면 접촉한다는 복안인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정부는 국제사회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중인 상황에서 탈레반과의 접촉이 테러세력에 굴복한 것이라는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는 점도 유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정부로서는 탈레반 측과의 접촉에 대한 논리를 정비하고 접촉 형식과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제기될 비난의 소지를 미연에 차단하는데 부심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협상' 대신 `접촉'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형식 논리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탈레반측이 한국과 직접 협상하려는 것이 과거 아프간을 경영했던 정치세력으로서의 위상 복원 희망과 무관치 않을 것이기에 정부는 그들의 의도에 말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신중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탈레반측이 유엔의 신변안전 보장을 전제로 우리 협상단과 어디서든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정부로서는 심상치 않다고 보고 있다.
탈레반 측이 국제기구의 보증 하에 외국 정부와 직접 대화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큰 소득을 올리게 되는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반정부 무장단체'와 접촉해야만 하는 정부로서는 접촉에서 반드시 실질적인 결과를 얻어내야만 하는 다급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정부는 이런 점들을 감안, 현재 탈레반측과의 교신 채널을 통해 대면 접촉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작업이 진통을 겪을 경우 대면 접촉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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