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협상대표 정부와 충돌 사퇴..향후 영향은>

  • 등록 2007.08.02 2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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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니 주지사 "협상에 부정적 영향 미칠것" 평가

한국정부-탈레반 직접협상으로 돌파구 가능성 시각도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한국인 인질 납치 초기부터 두 주간 탈레반 세력과 협상을 이끌었던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 출신 하원의원 와히둘라 무자다디가 2일 돌연 사퇴하면서 향후 협상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아프간 정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무자다디의 사퇴를 확인하고 있지 않지만 무자다디는 연합뉴스와의 간접 통화에서 "아프간 정부가 나에게 전권을 주지 않고 탈레반과 협상할 기회도 주지 않으려 해 사퇴했다"며 카불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그의 사퇴가 단순히 협상대표의 교체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가 아프간 정부 협상단에서 탈레반과 직접 접촉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주 주지사는 아프간 내 소식통을 거친 연합뉴스와의 간접 통화에서 "그가 사퇴하면서 탈레반과 직접 통할 수 있는 채널이 막혔다"며 "이는 협상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그의 사퇴 시기가 탈레반이 한국과 직접 대면 협상 의지를 밝힌 뒤에 나온 것이어서 그 배경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2주간 협상을 이끈 그가 탈레반의 대면협상 발표 이후 사퇴한 이유는 아프간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라며 "아프간 정부는 그간 협상에서 오간 내용을 한국 정부가 세세히 아는 것을 원하지 않는 듯 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 직접 협상에 나선다면 그간 아프간 정부의 투명하지 못하고 애매모호 했던 협상 태도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 정부가 탈레반을 직접 만나게 되면 아프간 정부는 이후 한층 강해질 한국 정부의 압박과 요구를 최소화하려고 무자다디의 사퇴를 사실상 종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무자다디는 "아프간 정부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며 "하나는 `인질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얼굴과 `탈레반과 절대 협상하지 않겠다'는 다른 얼굴"이라며 아프간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를 강하게 비난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결과론이긴 하지만 무자다디가 협상을 이끈 지난 2주간 한국인 인질 2명이 살해된 채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협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지고 협상이 풀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2일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인지역안보포럼(ARF)에서 "추가 희생자를 막기 위해 (탈레반과) 필요한 교신을 유지중"이라고 밝힌 만큼 무자다디를 거치지 않고도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 담판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일부 외신의 지적과 같은 `헛다리'를 짚지 않고 인질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탈레반의 `핵심 라인'에 닿아있는 지는 현재 우리 당국자들이 공개를 꺼리고 있기 때문에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직간접 접촉'에 그런 통로가 포함돼 있을 경우 협상 전망은 상당히 명쾌해진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모를 리 없는 탈레반 입장에선 아프간 정부가 중간에 낀 지난 협상 때보다 더 진전되고 실현 가능한 요구안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는 정직하지 못하다'며 2일 아침 한국 정부와 직접 협상을 요구한 것도 한국 정부의 의중을 더 명확히 파악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탈레반이 여성 인질 2명의 병세가 목숨이 위태로울 만큼 위중하다고 시인한 것은 이미 2명이나 인질을 살해한 입장에서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에 우선 넘기겠다는 간접 신호로도 읽을 수 있다.

`4명을 더 살해하겠다'는 외신의 보도가 오보라고 이례적으로 정정한 것도 현 시점에서 추가 인질 살해는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강경한 입장을 불러올 판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인질을 더 살해하는 것은 `대량 인질 학살'이라는 오명을 스스로 뒤집어 쓰게 되고 자신을 `정통성 있는 정부'라고 내세우는 탈레반 입장에서는 명분도 실리도 건질 수 없는 협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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