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경제적 가치로 따져 3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국내 첨단 조선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세계 1위의 우리 조선기술을 빼돌리려던 전직 조선업체 직원 등이 유출 직전 덜미를 잡히게 된 것은 국정원과 검찰의 긴밀한 공조 덕분이었다.
31일 국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첨단기술 유출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 1월께.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국내 조선기술이 산업스파이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부산과 울산 등 조선업체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기술 유출 예방 활동을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한 업체로부터 "전직 기술팀장이 지난해 3월 퇴사하면서 개인 컴퓨터에 저장된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떠났는데 여기에 중요 자료가 많았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국정원은 산업기밀 유출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즉각 핵심 인물인 엄모(53)씨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엄씨는 국내 굴지의 조선업체 D사에서 전체 공정도·설계완료 보고서 등이 담긴 지식관리시스템 서버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3명 중 한명이었다.
국정원은 엄씨가 퇴사 후 기술유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다른 업체를 거쳐 지난해 12월께 선박설계 전문업체인 M사의 부사장으로 입사한 사실을 확인하고 6개월간 M사 퇴직자 등을 상대로 회사의 영업동향, 엄씨의 역할 등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다.
조선업체 D사의 기술관리 총 책임자였던 엄씨가 빼돌린 자료는 첨단 선박 설계도면을 비롯해 조선소 건설 및 운영 관련 자료, 선박 공정도 등으로 외장형 하드디스크 파일 36만5천300여개(183G) 분량으로 광범위한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국정원은 엄씨가 M사의 중국 자회사 책임자로 7월말께 출국할 예정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 9일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고 엄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30일 구속기소됐다.
조선업계는 엄씨가 빼돌린 기술이 유출됐을 경우 중국 업체가 향후 5년간 35조원 상당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내 조선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2~3년 가량 앞당겼을 것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국정원 관계자는 "우리 조선 기술이 세계적 수준으로 산업스파이의 목표가 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업체들이 강도높은 자체 기술보안 대책을 마련해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mong0716@yna.co.kr
(끝)

1
2
3
4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