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피살로 남은 인질 건강도 `걱정'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가 13일째로 접어든 31일 두번째 한국인 희생자가 나오면서 향후 어떤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될지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오히려 조기 해결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긍정적 전망이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울한 분석도 나온다.
또 남은 한국인 인질 21명이 장기 피랍상태와 동료의 피살로 극심한 정신적ㆍ육체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데 대한 우려도 심각하다.
◇ `두번째 인질살해' 앞으로 어떻게 되나 = 아랍 지역과 국제ㆍ테러 관련 전문가들은 이날 한국인 피살자가 2명으로 늘어난 이후의 전망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개진했다.
한국외대 이란어과 유달승 교수는 "두번째 살해는 탈레반이 이번 인질극을 어떤 식으로든 조기에 마무리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본다. 탈레반으로서도 이번 인질극은 2001년 아프간 전쟁 이후 최대 규모라 큰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을 꺼리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대규모 인질을 장기간 관리하는 문제도 탈레반 측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조기 해결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 교수는 "앞으로 2~3일간 추가협상을 이어간다고 본다. 하지만 그 다음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라며 이번 주가 협상의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테러 협상 전문가인 경찰대 이종화 교수는 "장기적으로 가면 인질 생존율이 상당히 높아진다. 납치범과 인질 사이에 심리적인 동화 현상이 생기며 상해를 가할 마음이 생기지 않게 된다. 시간을 버는 것이 최선이다"라며 사태의 장기화가 오히려 인질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는 "두번째 살해가 이뤄졌다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신호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협상 라인이 사실상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다소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미국이 아닌 아프가니스탄 측이 관할하는 죄수 위주의 새 석방 명단이 탈레반으로부터 제시됐는데도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추가 희생자를 낳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들 전문가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최영길 교수는 "탈레반이 요구하는 수감자 석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인질들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열쇠는 미국이 갖고 있는 셈"이라며 "미국이 아프간 정부에 수감자 석방을 허락한다면 더 이상 인질 살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의 핵심 요구사항인 동료 수감자 석방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협상이 어렵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
유 교수도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아프간 정부에 더욱 적극적인 협상 태도를 취하라고 요구할 수 있으며 탈레반에 직접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다. 미국을 사태의 중심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 또한 "모든 외교적 채널을 총동원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미국은 테러집단과 협상은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자국민이 납치됐을 때 협상을 통해 석방시킨 적이 있다. 미국이 협상의 실마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이에 동조했다.
◇ `벌써 2명 살해' 심신 탈진 우려 = 고(故) 배형규(42) 목사에 이어 심성민(29)씨마저 살해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무엇보다도 남은 인질들의 정신적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는 "인질이 추가로 살해되면서 남은 인질들의 공포심이나 정신적 압박감이 점점 증대될 것"이라며 "추가 살해가 일어날수록 공포심과 스트레스는 극대화하지만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자포자기 단계에 이르러 우울증이 나타나고 신체적 질환도 발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김세주 교수는 "생명이 위태로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의 공통적 증상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라며 "이번 아프간 피랍 사건은 굉장히 오랜 기간 극심한 공포에 노출된 것이라 피랍된 사람들의 장애가 꽤 오래 갈 것으로 본다"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게 되면 인질들이 나중에 풀려난 이후에도 당시의 기억이 계속 떠올라 불안, 초조해하고 일상 생활에 전혀 집중할 수 없게 되는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 교수도 "피랍자 가족 또한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에 준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족들은 추가 살해가 발생하더라도 자신의 가족만큼은 끝까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또 2명의 인질이 희생된 데 대해 "특히 가까운 사람 2명이 죽었기 때문에 `그때 내가 이렇게 했으면 그 사람도 죽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애도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더구나 첫번째 사망자가 목사라는 점에서 교회 신도인 인질들의 스트레스가 더욱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신적 스트레스뿐 아니라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신체 건강의 악화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는 "아프가니스탄은 고산지대이고 고온건조한 지역이다. 일주일 이상 고강도의 긴장상태가 지속되는 데다 생활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피랍자들의 신체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탈진상태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평소 아무렇지도 않은 질병도 큰 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감기만 걸려도 폐렴으로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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