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분없는 정치파업은 버려야 할 구시대유물
경제10위권에 걸맞게 합리적 대안 제시해야
한국의 노동운동이 중대기로에 서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민주노총은 창립 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는 듯 하다. 이유가 뚜렷하지 않은 명분없는 파업에 대해 시민은 물론 노동자들조차 등을 돌리고 있다.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같으면 그러려니 지켜보던 시민들도 “더는 못 참겠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명분없는 정치성 파업을 계속할 경우 노동운동은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조짐이 확연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노조집행부와 금속노조가 한ㆍ미 FTA반대를 위한 총파업에 잘못 나섰다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근로자들의 복지향상과는 전혀 관계도 없는 정치파업이 분명한 이 파업은 애초부터 지지를 얻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원들조차 파업에 반대했을 뿐만 아니라 울산상의, 상인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파업철회를 요구했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조집행부와 금속노조는 고집을 부렸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해 자동차ㆍ조선회사 노조를 합쳐 출범한 금속노조는 출범 첫 파업에서 참여율이 10%를 약간 웃돌았다. 이틀째 파업에서는 참여율이 첫날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금속노조가 출범하자마자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노조원은 물론 국민들이 공감하지 않는 무리한 파업결정이 결국 화를 좌초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지지율이 떨어지자 노동운동이 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먹고 살기 힘드니 파업을 자제해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은 실력행사로 나섰다. 울산상의를 무단진입해 지역시민단체들이 준비한 파업자제를 촉구하는 현수막과 피켓 등을 마구 부순 것이다. 파업의 진정성을 몰라 줘 서운하겠지만 그렇다고 물리력을 동원해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것은 온당치 못한 방법이다. 앞으로 시민들로부터 더 큰 역공을 받을 게 분명하다.
노동운동 자체는 높이 평가돼야 한다. 과거 군사독재시절 노동운동은 핍박받던 근로자들의 권익을 개선하고 산업평화와 민주화를 위해 초석을 다졌다. 오늘날 노동자들의 복지수준이 좋아진 것은 노동운동을 위한 민주투사들의 헌신적인 투쟁이 밑거름이 됐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변했다. 근로자들의 급여수준도 크게 개선됐고 복지후생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얼마전 한국의 노동감시국에서 제외했다. 노동법과 노사관계가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음을 인정한 것이다.
노동운동도 이제는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따라야 한다. 무조건 목소리를 높이고 팔뚝질을 해댄다고 해서 국민들은 지지하지 않는다. 명분없는, 정치성 파업에 지친 시민들은 이제 파업과 시위라는 말만 들어도 넌더리를 낼 지경이다. 조합원들의 복리후생과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노동운동은 이제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선진국 노조들이 오늘날 지리멸렬한 것도 시대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우리 노동계도 이제는 경제 10위권의 위상에 걸맞게 변해야 한다. 노동운동이 더 이상 생떼를 쓰는 것처럼 비춰져서는 안! 된다.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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