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 극복 10년, 외환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등록 2007.06.20 17: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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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 10년 지났지만 경제체질 여전히 취약

자칫 방심하다간 또다시 위기 맞을 수도

분배보다는 성장동력확충에 주력해야

외환위기 10년을 맞아 학술회의가 줄을 잇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교훈을 되새겨보고 한국 경제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를 짚어보자는 취지에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외환위기를 완전히 극복했는가. 학계의 결론은 “아직 멀었다. 방심해서는 안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주 열렸던 한국경제학회 토론에서 경제학자들은 “앞으로 2~3년안에 경제위기가 다시 재연될 수 있으며 그 진원지는 미국과 동남아시아가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의 가능성이 낮다고 하기에는 금융과 실물결제에 누적된 위험요소가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라밖과 나라안 모두 불안하고 위태하다는 분석이다.

우리 경제가 나라안팎으로 위기에 노출돼 있다는 분석의 요지는 이렇다. 미국 경제는 경상수지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어서는 안되는 데 최근 미국의 무역적자가 1조달러에 이르고 GDP대비 비중이 8%를 넘었다. 미국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에 따라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달러의 장기적인 약세는 미국의 금리인상을 부추겨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의 불안을 촉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경제의 견인차인 미국의 불안은 곧 글로벌경제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대미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는 큰 충격에 빠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물론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경제학자들이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이고 보면 결코 가볍게 들을 일은 아닐 성 싶다.

외부충격에 약한 경제구조가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이려니와 외환위기 후 국민의 삶이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도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차라리 외환위기 때는 희망이라도 있었으니 더 좋았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참여정부는 없는 사람, 덜 배운 사람들을 더 잘 살도록 해주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없는 사람들이 더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양극화, 불평등, 빈곤화는 참여정부들어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나아지지는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중산층은 줄고 빈곤층은 더욱 늘어났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경상소득을 기준으로 한 중산층 비율은 지난 96년 68.7%에서 작년 상반기에는 54.6%로 줄었다. 같은 기간 중산층 가구의 소득점유율도 58.7%에서 46%로 떨어졌다. 계층간 불평등도 더 악화됐다. 지난해 전국 가구의 지니계수는 2003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하위 20%의 소득에 대한 상위 20%의 소득이 얼마나 되는 지를 나타내는 전국 가구의 5분위 배수는 2003년 7.23배에서 올 1ㆍ4분기 8.40배로 더 벌어졌다.

겉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한 양 보이지만 위기에 취약한 게 우리 경제의 현주소다. 외환보유고가 2,500억달러를 넘었다고는 하지만 단기외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국가채무도 올해 300조원을 넘어 GDP의 37%를 웃돌 전망이다. 과잉유동성 속에 가계부채는 사상최고수준이고 기업투자를 활력을 잃고 있다. 성장동력마저 떨어질 경우 한국 경제는 또 한차례 곤욕을 치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너무 많아 다시 위기가 불어닥치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위기란 다름 아니다. 위기를 위기라고 인정하지 않을 때 위기는 도둑처럼 슬그머니 다가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경제의 내실을 다지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 4년반의 복지위주의 정책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했다. 선진국들처럼 기업의지를 북돋우고 성장엔진을 돌릴 수 있는 정책적 전환이 요구된다. 정부지출과 규제를 줄이고 시장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분열보다는 국민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여기서 멈칫거리다간 우리는 또 다시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깊이 유념해야 한다. /컬럼니스트


김희중 bignews@bi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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