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연말정산 간소화 '물거품'(종합)

  • 등록 2006.12.05 13: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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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단체, 정보유출 이유로 자료제출 거부…일일이 병원 찾아다녀야]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까지 병·의원을 직접 찾지 않고도 국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연말정산 서류 출력이 가능토록 하겠다던 정부 계획이 의약단체의 거부로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연말정산 시즌을 맞아 환자들은 종전처럼 일일이 병·의원을 방문해 비급여 항목에 대한 연말정산 서류를 떼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는 본인부담금 항목만 연말정산 서류 출력이 가능하다.

시민단체는 의약단체들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6일까지 병·의원, 약국으로부터 소득증빙 관련서류를 제출받은뒤 15일부터 본격적인 의료비 연말정산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지만 의약단체들의 조직적인 비협조로 '절름발이' 서비스가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b>"개인정보 유출 우려"</b>=대한의사협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약사회 등 4개 보건의료단체는 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연말정산 간소화 차원에서 의료비 소득공제 증빙자료를 건보공단에 제출토록 한 국세청 고시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앞서 이들 단체는 공동으로 '국세청 고시처분 취소소송'을 전날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의약단체가 정부에 '반기'를 들면서 내건 명분은 '개인 질병정보 유출 우려'다. 의약단체는 소장에서 "건보공단에 자료가 집중될 경우 환자의 질병과 치료내역 등 개인정보가 유출돼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환자들이 숨기고 싶은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의 진료내역이 외부에 공개될 가능성이 많다고 강조했다.

또 "환자는 물론 해당 의료기관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항을 법적·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비민주적이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의약단체는 정부요구 수용의 전제조건으로 △개인정보 유출시 민형사상 책임을 국세청이 질 것 △입력오류 등에 대한 잘못을 의료기관에 책임지우지 않을 것 △시간부족에 따른 자료누락이 있더라도 가급적 전체제출로 인정할 것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조건은 국세청과 정부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어 사실상 정부방침을 '무시'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의약단체는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연말정산용 정보를 국세청에 제출하지 말 것을 산하 병·의원·약국들에게 지시했다.

◇<b>시민단체 "억지 주장"</b>=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면서 의약단체를 맹비난했다.

경실련 김태현 사회정책국장은 "의약단체들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처럼 불신을 조장해서 호도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납득하기 힘든 주장에 대해서 국세청이 강단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정보유출에 대한 장치가 돼 있는데도 의약단체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은 더 나아가 의약단체들의 실제적인 반대 이유는 비급여 항목까지 신고될 경우 자신들의 세원이 적나라하게 노출될 것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전산화가 미미하다는 것은 반대로 하면 그 만큼 세금이 탈루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라며 "조세의 투명성 차원에서라도 비급여 항목의 건보공단 신고를 의무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도 시민단체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구체적인 개인질병 정보는 연말정산 서류에 원천적으로 미기재된데다 본인이 원할 경우 병원 항목까지도 삭제가 가능해 질병정보 유출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건보공단 인사는 "14세 이하 구성원 외에는 가족이라도 본인만 자기 ID로 자료 출력이 가능하다"면서 "의약단체의 주장은 국민들의 질타를 피해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의약단체 대표들이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에 '국세청 고시처분 취소' 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여한구기자 han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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