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식인 맹비판 박영신-정신 형제교수

  • 등록 2007.06.14 12: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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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과인식 30주년 학술대회 나란히 발표

"'정경유착'은 정ㆍ경 유착이 아니라 정ㆍ경ㆍ학(지식)의 유착이었다."(박영신)

"인문학자들이 인문학자다운 자기성찰과 인문학자스런 위기탈출을 모색한 것이 아니라 정부라는 권력에 손벌리며 돈으로 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비인문학스런 모습과 행보를 보였다."(박정신)

형이 작금 한국지식인 사회는 총체적 문제라고 선창하자 그에 화답하는 동생은 그 구체적 증상을 이렇게 진단한다.

연세대 사회학과 박영신(朴永信.69) 명예교수와 그의 11살 아래 친동생 박정신(朴正信.58) 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가 학술지 '현상과인식' 창간 3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에 발표자로 같이 나선다.

16일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지식과 그 너머 :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열리는 학술대회에서 이 잡지의 실질적 창업주인 박영신 교수는 '지배 지식, 그 너머의 지식 - 지식 행위에 대한 자기 성찰-'을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한다.

동생 박정신 교수가 행할 발표문은 주제가 '사회사에 기대 읽어본 우리 인문학자들의 비인문학스러운 모습'이다.

형이 맡은 역할이 이날 학술대회를 이끌어 갈 주제를 폭넓게 짚는 총론이라면 동생의 글은 각론에 해당한다.

이처럼 성격과 접근방식은 다르지만, 두 형제는 작금 한국지식인 사회를 총체적 부패로 진단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그 구체적 증상으로 지식과 권력의 노골적인 결합을 지목한다는 점에서도 일맥상통하며, 따라서 그 치료를 위한 대안으로 철저한 자기반성 혹은 자기성찰을 요구한다는 점도 같다.

주최측이 미리 배포한 발표문에 따르면 박영신 교수는 영국 출신 유대계 좌파 역사가 에릭 홉스봄의 말을 빌려 오늘날 체제를 "국가와 시장이 한 통속이 되어", "경제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모든 것을 동원하고 규격화하는" 시장국가(the market state)라고 규정한다.

박 교수에 의하면 이런 국가에서 "지식은 국가영역의 지배에 필요한 지식이자 시장 영역의 지배에 긴요한 지식이며, 이 지식의 담당자는 지배체제의 나팔수이자 그 종복"이며 "이런 점에서 체제의 지식은 체제와 공생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한국교육계 화두 중 하나가 된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대학이 위세를 떨치는 것도 이러한 변동의 흐름에서 이해해야 한다"면서 "연구라고 하지만 연구는 체제 이익을 창출하는 지식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이는 연구의 물상화이며 연구의 상품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박 교수는 자기성찰을 전제로 한 '삶의 지식'을 제창한다. 그에 의하면 삶의 지식이란 오늘의 삶을 짓눌러 일그러뜨리는 체제의 지식, 플라톤식 표현을 빌린다면 '동굴체제'를 비판하면서 그 너머의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다.

동생 박정신 교수는 한국지식인사회, 특히 그들이 내세우는 인문학 위기론을 통렬히 비판한다.

그는 지난해 '인문학위기선언'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문학계에서는 거의 10년 주기로 '인문학위기론'이 등장했음을 주목하면서, 그들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늘 내세우는 내용이 "정부라는 권력에 손을 벌리며 돈으로 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비인문학스런 모습과 행보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박 교수는 이런 위기론에 편승해 정부 또한 올해 370억원을 비롯해 2016년까지 향후 10년간 4천억원을 인문학육성을 위해 투자하기로 약속한 사실을 상기하면서 "학문으로서 학문하기가 아니라 보조금 때문을 학문을 하느냐"고 반문한다.

박 교수는 이어 "우리 인문학은 학문을 내세우며 학문을 볼모로 알렉산더 대왕이라는 권력에 기대어 얼마든지 지원금을 타낼 수 있었던 가난한 인문학자 디오게네스와 같은 모습을 버리고 배고픔을 즐긴 '장자'(莊子)가 되자"고 말한다.

(서울=연합뉴스) taeshik@yna.co.kr


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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