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정본이 아직까지 단 한 권도 나오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윤동주(1917-1945) 시인의 탄생 90주년을 맞아 8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는 제7회 국제문학심포지엄이 열렸다. 한ㆍ중ㆍ일 윤동주 전문가들이 모여 시인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이날 자리에는 한 고령의 일본인 학자도 참석했다.
반평생 윤동주 문학을 외곬으로 연구한 오무라 마스오(大村益夫.74) 와세다대 명예교수. 1985년 4월 중국 롱징(龍井)에서 윤동주 묘비를 발견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날 오후 심포지엄에 앞서 기자와 만난 오무라 교수는 지난 40여 년에 걸친 윤동주 연구에 대한 소회와 국내의 미진한 윤동주 연구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놨다.
도쿄 태생인 오무라 교수는 1957년 와세다대 경제학부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한국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런 그가 평생 한국 근대문학에 천착하게 된 것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 의식과 아시아 국가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였다.
"도쿄도립대 대학원에서 중국문학을 공부하면서 동시대 조선문학을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그는 대학원에 들어가자마자 재일 조선인들의 모임인 '청년학교'에 들어가 조선어를 본격 공부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윤동주를 만났다.
오무라 교수는 "윤동주 시인의 시는 깊은 서정성과 함께 역사성이 담겨있어 매우 감동적"이라며 "현재 일본 규슈와 도쿄 지역에는 다수의 윤동주 시모임이 활동하며 회원도 60여 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특히 '윤동주 연구가'로서 그의 이름이 국내에까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985년 중국 롱징에서 윤동주 묘비를 발견하게 되면서였다.
당시 그는 도쿄 유학 중이던 윤동주의 동생 윤일주씨에게 우연히 시인의 묘비 위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롱징으로 향했다.
오무라 교수는 "윤일주씨는 40년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형의 묘비가 옛 은진중학교와 이어진 구릉의 옛 동산교회묘지에 있다고 알려주었다"며 "그러나 그곳은 외국인의 자유로운 통행이 금지된 지역이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롱징에서 묘비를 찾아 헤매기를 1개월 남짓. 이제는 자취마저 거의 희미해진 동산교회묘지 길가 부근에서 마른 잎에 뒤덮여 있는 '시인윤동주지묘(詩人尹東柱之墓)'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윤동주 연구에 대한 그의 열정은 그 뒤에도 계속 이어졌다. 그는 유족들이 보관하고 있는 시인의 자필원고를 직접 열람한 뒤 이를 책으로 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일본인 교수가 유족들의 허락을 받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당시 유족들은 한국사람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는 것을 어떻게 일본인이 출판할 수 있도록 하겠느냐며 반대했습니다. 그렇게 기다린 것이 10여 년. 1990년대 중반 마침내 유족들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999년 민음사에서 출간된 책의 제목은 '사진판 윤동주 자필 시고 전집'. 시인의 모든 자필 원고를 사진으로 찍어 책으로 묶은 것으로 이미 출판된 시와 산문들의 퇴고 과정, 사소한 낙서까지도 살펴볼 수 있도록 꾸몄다. 오무라 교수는 이 책을 내기 위해 사비까지 내놓아야 했다.
오무라 교수는 "유족들은 이 원고들이 언젠가는 한국인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고 출판되기를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10여 년의 세월 동안 원고를 보겠다고 나타나는 사람이 없자 결국 내게 출판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미 윤동주 자필원고집이 출간됐음에도 국내에서 아직까지 정본 시집이 나오지 않고 있는 점을 무척 안타깝게 여겼다.
오무라씨는 "작가의 모든 창작 과정을 살펴 볼 수 있는 이 책이 한국에서 출판된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됐다"며 "이제 윤동주 연구자로서 내게 남은 일이 있다면 정본 하나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혼자서는 결코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본을 내는 작업은 한국인들이 주체가 돼서 추진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무라 교수가 이날 심포지엄에서 강연한 내용은 일본 국어 교과서 등에 실려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읽히고 있는 일본어역 '서시'의 오역에 관한 것이었다.
오무라 교수는 "일본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이부키 고(伊吹鄕)씨가 번역한 '서시'에 보면 원래의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부분을 '모든 살아있는 것을 사랑해야지'로 번역해 윤동주 시인을 너무 서정적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무라 교수는 초빙교수 자격으로 지난 4월부터 인하대에서 학생들에게 일본에서의 한국문학 연구, 한일 근대문학사 등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9월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다.
(서울=연합뉴스)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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