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서민들의 생활이 너무 고달프다는 국민불평이 거세지자 재정경제부가 다음달부터 석유제품에 대한 할당관세를 2%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산업자원부도 차관이 업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유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투명한 유가결정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다"며 정유사들을 압박했다. 참으로 낯이 간지러운 일들이다. 재경부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에 대한 할당관세를 낮추면 그만큼 소비자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또 국내정유업체와 석유업체간 경쟁을 유도해 가격인하를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이런 정책이 기름값인하에 효과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마디로 '별로다'이다. 관세인하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리터당 겨우 5원 정도에 그친다. 석유업체들의 수입을 확대해 국내정유업체간의 경쟁을 유도해 가격인하를 촉발시킨다는 구상도 역시 탁상공론일 뿐이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그동안 석유류수입에 손댔던 스무남짓한 업체들은 대부분은 문을 닫고 현재는 예닐곱 군데에 불과한 실정이다. 익히 알려진대로 리터당 1,600원에 이른 휘발유 소비자가격 가운데 60%가 유류세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이다. 유류세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모든 국민에게 무차별로 부과되는 간접세다. 자동차는 이미 중산층 이상에게는 생필품으로, 적지 않은 서민에게는 생계의 수단이다. 그렇다면 유류세를 인하해 서민들의 생활고를 좀 덜어줄 필요가 있는데도 정부는 면피대책으로 일관하는 듯 하다.
기름값에 매기는 세금만 그런 게 아니다. 며칠 전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내경기가 내수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조세와 준조세, 국민건강보험료 등이 크게 늘어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세금과 각종 공과금에 부담금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적다 보니 소비하고 저축할 돈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통계로도 금방 확인된다. 지난해 국민들이 부담한 조세ㆍ준조세는 101조원으로 2000년의 53조에 비해 거의 두배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민총소득(GNI)은 576조원에서 848조원으로 증가율은 47%에 그쳤다. 쓸 수 있는 소득의 증가율에 비해 가만히 않아 나가는 돈은 두 배를 훨씬 넘고 있는 것이다.
왜 세금은 자꾸 늘어나고 국민생활을 고달파지기만 하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부의 씀씀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들어 4년동안 국민의 세금부담은 1.2%포인트 늘어났고, 정부지출은 3.5% 포인트 증가했다. 그 결과는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의 증가로 귀결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전 137조원에 그쳤던 국가부채는 작년 말 283조원으로 두 배로 불어났고 올해는 300조원을 넘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10년동안 200조원이 넘게 소요될 대형 국가프로젝트가 국가균형발전이란 이름으로 착수될 예정이다. 국민들의 허리는 더욱 휘게 될 것이다.
염치가 있는 정부라면 이럴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들의 세금불평이 커지면 세금을 깎아주든지,아니면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나라살림이라도 알뜰하게 꾸려갈 생각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선진국들은 나라빚줄이기와 세금깎아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유럽에 시작된 세금인하경쟁은 이제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세금을 깎아주면 당장 세수는 줄겠지만 경기가 활기를 띄어 결국에는 세금수입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이런 실험은 이미 아일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은 세금과 각종 공과금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데 정부만 돈을 펑펑 써댄다면 이게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차기 대한민국의 국가경영자를 뽑는 시간도 이제 2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려면 국민들이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1
2
3
4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