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로열티로 흥한 자 로열티로 추락한다?

  • 등록 2007.06.08 1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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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MA원천기술 업체...미서 특허침해-해외서도 잇단 피소 '시련'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의 원천기술을 근거로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올리며 급성장했던 미국의 퀄컴이 특허권 문제로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8일 퀄컴에 대해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미국의 브로드컴이 소유한 일부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이 특허 기술을 사용한 퀄컴의 칩ㆍ칩셋을 사용한 일부 휴대전화의 미국내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퀄컴이 침해한 브로드컴의 특허기술은 휴대전화가 이동전화 네트워크(기지국)의 신호를 제대로 받지 못할 때 배터리의 파워를 유지해주는 기술이다. 퀄컴은 이 기술을 3세대(G) 이동통신으로 알려진 EV-DO와 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용 칩과 칩셋에 사용해왔다.

◇ITC 금수조치 파급영향 = ITC의 이 조치는 퀄컴이 EV-DO칩셋을 거의 독점적으로 생산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장 EV-DO망을 구축해놓은 미국 버라이즌과 스프린트넥스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들 미국 이통사들은 수년동안 EV-DO망을 구축하는데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상태여서 휴대전화 판매가 이번 조치로 지연되면 상당한 타격을 입게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업체지만 아시아지역에서 휴대전화를 생산해 미국으로 반입하고 있는 모토로라나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 EV-DO, WCDMA 단말 생산업체들도 이번 금수 조치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퀄컴은 또 브로드컴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며 이에 따라 새로운 휴대전화 모델로 진화하는 시간이 늦춰질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가령 7월부터 아시아에 선보일 예정이던 모토로라의 레이저 2폰 등 신형 모델들의 출시시기가 늦춰질 수 밖에 없다는 것.

또한 소비자들은 제조사와 이통사들이 새로운 기술로 이전하는 동안 휴대전화 구입비용 등을 종전보다 더 많이 내야할 상황이다.

◇계속되는 퀄컴의 위기 = 퀄컴의 시련은 이번 ITC의 조치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 노키아는 지난달 자사의 휴대전화용 칩 관련 6개 특허를 침해했다며 퀄컴을 제소한 바 있다.

노키아는 앞서 `퀄컴이 차별없는 조건으로 특허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국제표준화기구 규정을 위반했다'며 EU(유럽연합)공정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했다. 퀄컴이 권리를 보유한 CDMA 방식에 따른 휴대전화 기술사용료(로열티)가 너무 많다는 것이 노키아의 판단이다. 노키아는 휴대전화 1대당 6달러선을 제시했었다.

노키아는 로열티가 너무 높아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개척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CDMA방식의 휴대전화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오랜 기간 계획해왔던 일본 산요와 CDMA 합작사 설립도 전면 중단했다.

브라질 CDMA 사업자 비보 파티시페이코스 역시 퀄컴의 로열티가 너무 높다는 이유로 지난해 유럽통신방식인 GSM 서비스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인도 CDMA 이동전화 서비스 업체인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도 최근 GSM으로 돌아섰다.

퀄컴의 수난은 국내ㆍ외에서 반독점 혐의로 소송을 당하면서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반도체 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와 브로드컴은 지난해 한국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끼워팔기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퀄컴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TI와 브로드컴은 지난해 퀄컴을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에도 제소한 바 있다.

퀄컴은 또 지난해 4월과 6월에 휴대전화용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 IT업체에 의해 같은 이유로 제소를 당했다. 휴대전화에 필요한 멀티미디어 구현 솔루션 등을 퀄컴 칩과 한꺼번에 묶어 판매함으로써 국내 솔루션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다는 불만을 사 왔다.

퀄컴의 높은 로열티는 퀄컴을 직접 키워준 한국에 대해서도 결코 예외가 없었다.

퀄컴은 오히려 CDM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한국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해주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중국과의 CDMA로열티 협상에서는 한국보다 유리한 조건의 로열티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로열티 지급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때문에 2000년대초 IMT-2000 사업자 선정시 국내 1위 CDMA업체인 SK텔레콤[017670]이 퀄컴의 CDMA방식보다 유럽방식인 WCDMA사업자로 선정된 것이 오히려 퀄컴에 높은 로열티를 주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는 분위기도 팽배했던 것이 사실이다.

◇퀄컴은 어떤 회사 = 퀄컴은 지난 8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벤처기업으로 출발했으며 전 세계 30여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퀄컴 사업 분야는 통합 CDMA 칩세트에서 시스템 소프트웨어, 무선인터넷 플랫폼 `브루(BREW)', cdma2000 1xEVDO, 기술 라이선스, 인공 위성 시스템까지 다양하다.

지금의 퀄컴을 만든 일등공신은 단연 CDMA 기술이다. 퀄컴은 1천900개 미국 특허를 비롯 3천200개 이상 특허를 출원한 말 그대로 CDMA `맹주 기업'이다.

특히 퀄컴은 여러 사업 모델 가운데 기술 라이선스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퀄컴 정기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전체 매출 75억3천만달러 중 37% 정도를 라이선스와 로열티 부문에서 올렸다. 이는 2005년 34%보다 올라간 수치로 갈수록 라이선스 사업의 비중이 높아가는 추세다.

퀄컴은 세부 로열티 명세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단지 전 세계 135개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하고 휴대전화 도매 가격의 평균 5% 이하를 기본 로열티 수입으로 징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계약 규모에 따라 단말기 한대당 5∼20달러까지 다양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5% 이상'이라는 게 정설이다.

CDMA를 상용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우리의 경우도 5%를 넘어선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국정 감사에서 밝힌 로열티 규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단말기의 경우 5.25∼5.75%, 시스템은 6∼6.5%를 내고 있다. 단말기를 수출할 때도 5.75%의 기술료를 내야 한다.

퀄컴은 지난해 12월 마감한 2007 회계연도 1분기(2006년10∼12월)에도 6억4천8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에 비해 이익 규모가 5% 늘어났다. 반면 대부분의 휴대전화 및 장비업체는 소니에릭슨을 제외하고 전년 수준이거나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서울=연합뉴스) rhew@yna.co.kr


류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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