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6월 21일에 개봉하는 전수일 감독의 영화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은 감독의 전작들과 사유의 흐름을 공유한다는 면에서 ‘시간과 기억의 3부작’으로 엮인다.
유년-청년-노년으로 이어지는 인생의 시기에 각기 다르게 체감하는 ‘시간의 흐름’을 서정적인 흑백 영상에 담아낸 옴니버스 영화 <내 안에 우는 바람> (1997년)으로 시작한 ‘시간과 기억의 3부작’은 2년 후 그의 다음 작품인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1999년)에서 한 단계 진화한다. 일상의 해방구를 찾다 어린 시절 기억 속 새들을 찾으러 고향에 간 주인공은, 기억 속 새들이 이미 떠나고 몰라보게 변해버린 고향의 모습에 쓸쓸해한다.
시간의 흐름에도 변치 않는 것은 우리의 ‘기억’일 뿐, 현실이 아니라는 뼈아픈 진실을 전해주는 것이다. 이번에 개봉하는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은 시간과 기억의 흐름 안에서 전작 두 편의 연장선 상에 있으면서도 한 단계 더 나아간다는 면에서 이 3부작 시리즈의 최종편으로 볼 수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개인에 의해, 혹은 역사에 의해 잊혀져 버린 것들을 따라가는 주인공은 그 안에서 ‘정체성 찾기’라는 한 가닥의 실마리를 찾는다. 이것은 시간과 기억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무거운 과제임과 동시에 전수일 감독이 제시하는 하나의 희망이라는 점에서 3부작 시리즈의 결론이라고 볼 수 있다.
한 개인의 인생의 시기를 시간과 기억의 흐름으로 짚어내었던 첫 번째 작품,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관계에 대한 쓸쓸한 결론을 내렸던 두 번째 작품에 이어, 사유의 영역을 역사로까지 확장하며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지는 세 번째 작품은, 오랜 시기를 두고 발표한 각기 다른 작품임에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는 면에서 전수일 감독의 철학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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