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다. 외국 기업이나 제품에 견줘 전혀 손색이 없는데도 한국이라는 이유 때문에 제 값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나라 곳간이 바닥났던 관계로 국가 신용도는 크게 떨어졌고 그로 인해 한국기업의 주식도, 기업가치도, 제품도 싼 값에 마구 팔려나갔다. 정부가 해외에서 돈을 빌릴 때도 비싼 금리를 주는 불이익을 당했다.
올해로 외환위기를 맞은 지 벌써 십년이 됐다. 강산도 변한다는 십년 동안 국가의 재무구조는 외환보유고가 2,400억달러 가까이에 이를 정도로 튼실해졌다. 종합주가지수도 1,600포인트를 넘었다. 기업들의 주가도 외환위기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평가돼 있다. 우량기업은 매각대금이 조(兆) 단위를 넘는 곳도 있다. 국가신용도도 외환위기 전의 수준으로 회복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이제 옛말이 된 듯 싶을 정도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제 제 값을 받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보다는 “아직도 아니다”에 가깝다. 얼마 전 산업자원부가 산업정책연구원(IPS)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IPS는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21개국 대도시에 거주하는 18~70세 성인남녀 2,809명을 대상으로 가격이 100달러인 한국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을 때 미국 등의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얼마를 매길 것인지를 물어봤다. 그 결과 품질이 같더라도 100달러 짜리 한국 제품이 일본 또는 미국 제품이었다면 149달러, 독일 제품이라면 155달러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브랜드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같은 품질의 상품이나 서비스라도 국가브랜드가 낮으면 그만큼 제 값을 받기가 어려운 것이다.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이다. 그러나 국가브랜드는 경제력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의 평가기관인 안홀트-GMI가 조사한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파워는 조사대상 35개 나라 가운데 25위로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실질 GDP(국내총생산)에 비해 우리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형편없이 뒤쳐지고 있다는 얘기로, 아직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는 국가브랜드 파워도 경쟁력이다. 국가브랜드 파워가 커져야 기업도, 제품도 제값을 받을 수 있다. 이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닌 ‘코리아 프리미엄’을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할 때다. 국가브랜드 파워는 경제력, 국방력과 함께 소프트 파워에 의해 결정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에 걸맞게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개도국이나 빈곤국가에 대한 지원을 늘림으로써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 사회질서, 제도개선, 국민의식의 선진화도 요구된다. 국가, 기업, 국민 모두 ‘코리아 프리미엄’을 위해 매진할 때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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