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정진우기자]"당신이 머리가 아픈건 남보다 더 열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모 제약회사 CF 문구를 온몸으로 공감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편두통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머리가 심하게 아팠다. 가방에서 알약을 꺼내 물과 함께 들이켰다. '두통약을 먹었으니 괜찮아지겠지'라고 안도한 후 일에 몰두한지 1시간. 역시 기대했던 것처럼 두통은 사라졌다.
그런데 먹은 약이 두통약이 아닌 소화제라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의료계에 널리 알려진 플라시보(위약)효과를 직접 체험한 셈이다.
5월 들어 건설교통부 고위급 인사들의 입이 바빠졌다. "집값이 떨어지고 있고, 더 떨어질 것"이라는 말이 넘쳐나고 있다.
이춘희 건교부 차관까지 나서서 "집값이 30%이상 더 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뛰어 넘어 '떨어져야만 한다'는 정책적 소신까지 숨김없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건설업계와 부동산시장의 분석들은 이들 '바쁜 입'들과 180% 다른 상황을 예측하고 있다. 모 부동산정보제공업체에 따르면 실제 아파트 값은 지난 1분기동안 소폭 올랐고, 하락폭이 있어도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고가 아파트 중 세금을 피하려고 나온 '급매물' 몇 개가 소화됐을 뿐 실질적으로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얼마전 강남권 아파트 단지를 취재했을 때도 상황은 시장 전문가들과 비슷했다. 거래가 끊겨 부동산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지난해부터 상승한 부분을 감안하면 집값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말은 너무 과장된 것이 사실이다.
건교부에서 전해지는 '말'들을 듣다보면 정부가 '플라시보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정책 약발'이 먹혀 떨어지지도 않은 집값을 떨어졌다고, 아니 떨어졌는데 더 떨어져야 한다고 믿으면서 집값을 잡으려고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며칠 전부터는 정부의 '오럴해저드'(무분별하게 아무 발언을 하며 사회에 혼란과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가 비판의 도마위에 올랐다. 분당급 신도시 발표를 놓고 2곳인지 1곳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모호한 말을 일관해 부처간 의견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시장과 시민은 물론 정부 관계자들까지 모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혼란이 가중되자 재경부와 건교부는 진화에 나섰다. 부랴부랴 1곳으로만 결정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그러나 '오럴해저드'라는 비판적 시각은 수그러들지 않고 그 기세만 더 커지고 있다.
정진우기자 econph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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