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오는 해외운용사...외국계 '놀이터'될라

  • 등록 2007.05.18 10: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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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동하기자][['펀드공화국' 한국의 현주소]<3.끝>운용업 인가 품귀..과당경쟁 우려도]

백경호 우리CS자산운용 사장은 최근 싱가폴에서 열린 한 저녁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백 사장은 미국 뿐 아니라 유럽, 홍콩 등의 금융업계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 자리에서 교환한 명함만 대략 100장정도 된다고 한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백 사장은 e메일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그 내용은 한결같이 "우리회사 펀드를 좀 한국에서 팔지 않겠느냐"는 제안이다.

싱가폴에서 만난 자산운용업계 인물 중 절반이상은 백 사장에게 이같은 e메일을 보낸다고 한다.

올해 2월 펀드 수 세계 1위로 우뚝 선 한국 펀드시장으로 외국계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백 사장의 말을 빌자면 한국에서 펀드가 많다고 소문이 나니까, 만나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마다 펀드를 팔아달라고 요청한다.

◆외국계, "운용업 인가만 다오"

"금융감독위원장 교체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 증권사는 얼마전 국내 운용업 인가를 금융당국에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국내 운용사 인수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워낙 가격이 비싸져 이마저도 포기했다.

외국계 운용사들의 '상륙작전'이 갈 수록 치열해지면서 운용사 라이센스의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4월말 현재 외국계가 지분 50%이상을 보유한 운용사는 슈로더·피델리티·알리안츠·푸르덴셜 등 12개사다. 최근 골드만삭스운용·JP모간·UBS·메릴린치·라자드·멜론·뱅가드·칼라일 등도 다양한 형태로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형사의 진출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운용사들은 피델리티나 슈로더처럼 자사 해외법인 역외펀드 판매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중소형 운용사의 경우 당장 영업에 큰 타격을 입거나, 외국계 펀드유통으로 국내 자금을 해외로 옮기는 가교역할에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해외펀드로의 쏠림이 계속되면서 외국계 해외펀드의 '찍어내기'도 이어질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해외펀드 비과세 방침을 전후로 '미러펀드' 생산이 올들어 벌써 60개에 육박하고 있다.

백 사장은 "해외에서 운용중인 펀드를 국내에서 찍어내는 일은 손쉽게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일부 운용사처럼)한달에 두 개 이상 펀드를 만들어내는 일은 벽돌공장에서 벽돌을 찍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과당경쟁'우려... 바람직한 '성장통'의견도

외국계 펀드의 공세가 늘고는 있지만, 실제 외국계 운용사들의 과실은 그리 크지 않다.

12개 외국계 운용사의 점유율은 지난해 3월말 17.66%에서 올해 4월말 현재 18.18%로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수탁액 역시 43조2970억원으로 39조3460억원에 비해 10%가량 늘어나는데 머물렀다. 한국 운용업계가 이미 경쟁이 만만치 않은 시장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비교적 일찍 한국시장에 뛰어든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계의 운용사들이 몰리면서 국내 운용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특히 대형은행 등 판매사를 뚫기가 만만치 않아 뒤늦게 진입한 외국계 운용사들은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운용사 진출이 긍정적이며, 시장을 더 활짝 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재칠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원은 "(외국계 진출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펀드를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라며 "국내외 운용사 모두에게 자본금 100억원 규정 등 진입장벽을 허무는 것이 창의적인 운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 사장은 "아직까지는 국내 운용사들의 해외투자 능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많으므로, 적어도 6개월간은 외국해외펀드의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좋게 본다면 향후 2보전진을 위한 1보후퇴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지원도 해외펀드로 '쏠림'

정부와 당국의 지원이 해외펀드에만 이뤄지고 있을 뿐, 장기투자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및 어린이펀드에 대한 비과세와 보조금정책을 실천하고 있다. 미국의 '529플랜'과 영국의 '차일드트러스트펀드'가 대표적인 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당국과 정부가 외국계 운용사 진입은 막으면서 해외펀드 비과세로 변형된 형태의 외국펀드 유입을 부추기고 있는 꼴"이라며 "정작 장기투자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은 "해외펀드비과세 등이 시행되면서 해외펀드로의 쏠림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국내 운용업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린이펀드 및 장기투자펀드에 대한 세제지원 등이 꼭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하기자 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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